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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석 부천오정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경장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심심치 않게 언론을 장식하는 게 수많은 학교폭력 사건들이다. 지역사회, 경찰, 학교 모두 한목소리로 "학교폭력이 감소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안정화 단계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직접 학교폭력을 마주하는 이 자리에 있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학교폭력이 정말 줄어들고 사라질 수 있을까?’

 질풍노도의 시기, 미성숙한 자아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수백 명씩 모여서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과 폭력이 없이 그 모든 갈등이 해결될 수만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어디 성숙한 자아를 갖고 있다고 하는 우리 어른들은 그러한가?

 과거와 달리 휴대전화 하나면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다. 어느 시간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든 단 몇 초면 주변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이 시대에 학교폭력은 더욱 빈번하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SPO로 활동하면서 심각한 학교폭력 피해학생들과 가해학생들을 마주하다 보면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 부모님의 보호막이 없거나 약한 친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학교 선생님, 학교전담경찰관들이 도움을 주고 싶어도 1차적인 가정의 보호막, 가장 근본적인 보호막인 부모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면 학교, 경찰, 지역사회의 노력은 열심히 쌓은 모래성과 같다고 할까?

 또한 보호자의 보호막이 약한 피해학생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교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가는 양상을 보인다. 저학년 때는 학교폭력의 피해학생으로 만나 도움을 받던 학생들이, 고학년이 돼 가해학생으로 다시 학교전담경찰관을 마주하고 있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간혹 내 아이의 학교폭력 사안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학교는 그동안 무얼 했으며, 경찰, 지역사회는 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에 대해 원성을 토로하는 부모들을 마주하곤 한다.

 단언컨대, 근본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보호막은 부모이다. 이 1차 보호막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학교, 경찰, 지역사회와 같은 2, 3차 보호막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자동차 엔진이 고장 났는데 "왜 차가 움직이지 않느냐"며 고장난 엔진은 그대로 방치한 상태로 자동차 라이트를 수리하고, 핸들을 교체한다고 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들로부터 관심받고 보호받고 있을 때 학교와, 경찰, 지역사회의 노력 또한 빛을 발할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림의 청소년기를 겪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음을 알기에 ‘근본적인 1차 보호막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끼는 ‘신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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