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장 중요한 의제를 꼽는다면 단연 한반도 비핵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고 ‘판문점선언’에 어떻게 반영되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 다른 의제들도 있지만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나머지 의제들에서도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가 남북 정상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아울러 비핵화 논의와 그 결과물은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더한다.

일단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잇단 행보에서 비핵화 의지가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문 대통령 특사단과의 만남,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 회동했다. 북한은 또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최소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히고 관련 사항이 합의문에 명시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전례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의지가 담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한 총리가 서명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남북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만 돼 있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북미 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한이나 상응 조치 등 세부적인 사항들이 더 논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원하는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우리보다는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핵 사찰 수용, 주한미군 주둔 용인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지만 합의문에까지 담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하는 데 집중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끌어내기 위한 길잡이 역할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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