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고 ‘판문점선언’에 어떻게 반영되느냐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 다른 의제들도 있지만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나머지 의제들에서도 의미 있는 논의를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가 남북 정상 차원에서 제대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아울러 비핵화 논의와 그 결과물은 ‘5월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더한다.
일단 회담을 앞두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잇단 행보에서 비핵화 의지가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초 문 대통령 특사단과의 만남,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와 회동했다. 북한은 또 2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최소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는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히고 관련 사항이 합의문에 명시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전례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문서에 비핵화 의지가 담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남북한 총리가 서명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남북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만 돼 있다.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북미 회담으로 이어지는 길잡이 역할로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시한이나 상응 조치 등 세부적인 사항들이 더 논의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원하는 ‘군사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이 우리보다는 미국이 제공할 수 있는 사안들이어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핵 사찰 수용, 주한미군 주둔 용인 등의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지만 합의문에까지 담기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하는 데 집중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끌어내기 위한 길잡이 역할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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