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오전 9시 29분. 한반도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장면이 탄생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악수를 나눈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땅을 밟았다. 분단 이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남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악수한 것도 충분히 놀라운 장면인데, 뒤이어 두 정상이 이번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으로 넘어갔다. 이는 생중계로 방송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들에게 놀라움과 흥분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압권은 두 정상이 푸른색 도보다리를 산책하면서 별도의 배석자 없이 둘만의 대화를 나누는 광경이었다. 햇살 좋은 봄날에 남측 판문점 야외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두 정상이 대화에 임하는 모습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었다. 이어 남북의 화합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는 식수행사를 진행하고, 판문점 선언문까지 공동 발표한 뒤 마련된 환영만찬에서는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 여사가 동석하면서 남북의 영부인 만남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날 국내외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 남북정상회담은 모두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남북은 한반도에서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만 분단 70년 역사 속에서 반목과 갈등을 되풀이하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외국보다 냉랭한 관계였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정전에서 종전으로, 그리고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 성패는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이를 합의하는 데 이르는 과정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기대를 품는 것은 회담에서 두 정상이 보여준 진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열 두 시간가량 이어진 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이 두 정상에게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나란히 걸어나가고 있는 남북 두 정상이 험난한 시련이 닥쳐와도 ‘통일’의 염원을 희망하는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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