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한 외부지원 협의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지엠 대출금의 출자 전환분을 포함해 총 7조6천여억 원이 투입된다. 한국지엠에 대한 사업을 10년 이상 유지키로 합의하고, 산업은행의 비토권(자산의 처분 양도 등 주요 결정에 대한 거부권) 등 안전장치도 확보했다. 이번 결정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밝힌 것처럼 "자금을 지원할 정도로 사회적 편익이 충분히 큰가"라는 가성비론에 의거 결정됐다.

하지만 이것도 마지막 기회임을 한국지엠은 명심해야 한다. 또다시 ‘해외 판매고 추락과 불합리한 내부 이전 가격, 낮은 노동생산성’의 이유로 위기가 반복된다면 아무리 가성비가 높더라도 더 이상의 혈세투입을 국민들은 용납치 않을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해야 한다.

비록 회생 기회를 얻었지만, 앞은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 가시밭길이다. 한국지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은 높아졌고,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영업사원 수는 1년 새 22%나 감소했고, 대리점 등 내수 판매망도 많이 와해됐다. 단기적으로 판매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지엠은 수출 차종에 대한 해외마케팅 역량을 강화해서 한국지엠의 공장 가동률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천시와 협력업체, 지역 상공인도 함께 나서서 한국지엠 차량을 적극 구매하는 등 판촉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내수·수출 활성화, 신속한 경영정상화, 투자재원 증가 및 경쟁력 높은 차종 출시’라는 선순환 고리를 구축할 수 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와 판매량 급감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쌍용차도 대량 해고와 강성 노조의 폭력투쟁, 유혈사태 등으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이 위기를 극복했던 건 노조의 용단이다. 쌍용차노조는 ‘회사를 살리는 게 근로자를 위한 길’이라며 73%의 찬성률로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이듬해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 인도 마힌드라그룹도 ‘노조를 상생의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화답했다. 결국 한국지엠의 성공도 노사 간 상생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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