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5도 NLL 접경지역인 연평도 주민들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기대와 설렘을 품고 있다. 사진은 28일 당섬 선착장에서 한 어민이 어선을 바라보는 모습.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 서해5도 NLL 접경지역인 연평도 주민들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기대와 설렘을 품고 있다. 사진은 28일 당섬 선착장에서 한 어민이 어선을 바라보는 모습.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회담 내용이 생각보다 만족스러워 남북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오랫동안 가져온 불안감을 이제는 지워야지요."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 한국전쟁 때 연평도로 피란 온 후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김성식(88)할아버지는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휴전 후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고 주름진 얼굴을 펴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종료 이틀 뒤인 29일 서해5도 NLL 접경지역의 연평도에는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기대와 설렘의 여운이 계속됐다. 연평의 관문인 당섬 선착장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나부꼈다. 11년 만에 남북 평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면서 연평도 주민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평온해 보였다.

연평도는 제1·2차 연평해전과 포격사건 등을 겪으며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가장 첨예한 대립의 현장으로 각인돼 왔다. 그야말로 남북이 총칼을 내려놓고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정전상황’임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한반도의 화약고’인 셈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늘 불안에 떨어야 했고, 2010년 북의 포격도발 이후에는 전쟁의 공포가 주민들 사이에 크게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남북 정상회담 환담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연평도를 거론하면서 전쟁의 공포는 평화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회담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이번 기회를 소중히 해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가 곧 생존과 직결되는 연평도 주민들이기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황해도 옹진군 봉구면이 고향인 조선비(84)할머니는 "이웃에 사는 황해도 실향민들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을 시청했다"며 "남북 간 완전한 평화 정착을 이룩해 국민 모두가 전쟁의 긴장과 두려움을 씻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서해5도의 어업환경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연평도 어민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공동선언문’에서 언급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지정에 대해 환영했다. NLL 일대가 평화수역으로 조성되고 남북 공동 조업이 가능해진다면 수산물 교역뿐만 아니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까지도 대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민 이진국(59)씨는 "현재 서해5도 주민들은 수십 년간 군사적 위협 속에 제한된 조업구역에서 일출·일몰 어업만 가능했다"며 "공동어로구역이 조성되면 양질의 수산물 채취가 가능해지고, 남북 공동 단속으로 중국 어선으로부터의 자원 보존도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박태원(58)연평도 어촌계장은 "거시적인 합의를 본 상황이라 세부적인 내용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서해5도 주민의 염원이 이번 회담에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며 "긴장의 수역이었던 서해5도 해상이 평화 수역으로 바뀌어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화합의 어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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