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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성북구는 올해 1월부터 20개 동 가운데 2개 동(동선동, 종암동)을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운영 중이다. 주민자치회가 새롭게 운영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단순 참여·자문기구에 머물렀던 주민자치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그간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기능 전환 후 20년 동안 생활자치의 플랫폼으로서 주민자치의 담론을 담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아마도 주민들은 생활의 터전인 마을에서 이웃과 함께 일상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주민자치를 상상했을 것이다.

 이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시대정신으로 하는 시민의 시대에서 주민자치의 꿈은 분권개헌과 함께 이뤄질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시민성은 권력정치에서 일상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정치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서 시민이 참여의 주체가 되면서 성장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민선 5·6기 지방정부를 이끌면서 행정혁신과 사회혁신의 지속성은 시민력과 시민성에 근거한 시민공동체가 가장 큰 견인력을 가졌으며, 그동안 조감도 정치,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에서 정치와 국가에서 답을 주지 못했던 현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항상 큰 힘이 됐다.

이제 그동안 행정의 동원 대상이었던 주민은 새롭게 구성된 주민자치회를 통해 동네 생활문제 해결을 위해 자치 계획도 수립하고, 주민참여 예산안도 직접 마련하며 온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총회를 개최해 마을 문제를 의논할 것이다.

 다행히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안도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주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주민이 지방정부를 조직하고 운영하는데 참여할 권리를 가짐을 명확히 하고 있어 시민성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주민자치가 헌법적 가치로 명확히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자치권에 대한 헌법적 요구의 표출은 지역의 주인인 주민에게 삶의 문제와 직결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하고, 자기계획권, 자기결정권의 권한을 부여해 참여의 효능감을 제고하려고 노력한 지방정부의 소중한 산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성북에서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주민 80여 명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해소하며 경비원의 고용 보장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성북 모의시민의회’를 연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 고용계약서가 갑(甲)과 을(乙)로 표기되던 계약서를 동(同)과 행(幸)으로 바꾸어 사회적 약자와 공존을 위해 주민 스스로 시작한 동행(同幸)의 가치가 운명공동체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금까지 형식적 주민참여를 극복한 숙의형 직접 민주주의의 실천이며 집단지성의 한 과정인 진정한 주민자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21일 9년 만에 지역발전위원회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으로 다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개편되면서 지역발전 정책 자문·심의에 그쳤던 위원회 기능을 예산편성, 정책의결 등까지 확대했다. 정부의 균형발전 비전인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영향력과 위상을 강화하며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이제 광장의 민주주의로 성장한 시민성과 함께 균형발전의 개념을 업그레이드해 혁신주도, 지속가능성, 민주적 과정을 중시하는 균형발전의 원리로 새로운 내생적 혁신주도형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균형발전의 출발은 주민의 일상생활의 공간인 마을이 돼야 하고, 마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되면 지역의 내생적 발전이 촉진돼 결국은 대한민국 전역이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균형발전의 출발은 어디이고, 종착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공존과 균형을 위한 새로운 민주주의와 함께 지역 간 격차와 불균형 문제를 그간 중앙정부 주도의 외생적 요소투입형의 획일적 균형발전 전략은 종말을 고하고, 국가의 축소판인 마을과 동네에서 전국이 골고루 잘살고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출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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