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에서 제갈량에 필적하는 천재적 전략가로 조조 진영의 요절한 책사 곽가를 꼽을 수 있다. 적벽대전에서 대패한 조조가 "애석하도다, 곽가여! 슬프도다, 곽가여! 곽가가 살아 있었다면 이렇듯 대패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탄식했다는 그 곽가 말이다.

곽가는 당시 천하에 명성을 날리는 소패왕 손책(손권의 형)을 평하면서 조금도 두려워할 바 없다고 했다. "그는 경솔해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성미까지 급해 꾀가 모자란다. 보잘 것 없는 필부의 용맹이라… 훗날 필히 소인배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했다.

이 무렵은 조조와 원소가 격돌하기 직전이라 남방의 패자인 손책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이려 할 때였고, 이 말 때문에 손책은 화가 나서 원소와 손을 잡고 조조의 배후를 치려고 했다. 이렇듯 당시의 상황을 보면 곽가의 인물평 하나가 조조 진영의 몰락을 가져올 정도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조는 곽가의 말을 신용했고, 천하의 패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상대의 수준을 명확히 아는 것,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 절실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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