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새로운 뉴스로 요동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대형 이슈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번엔 그 파고가 크고 걷잡을 수 없어 걱정스럽기만 하다. 올해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선거의 핵심 이슈는 개헌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지방분권을 제외하고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부 기관의 권력 독점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오히려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조항까지 포함시키면서 정치적 논란만 키웠다. 그럼에도 개헌에 무방비 상태였던 자유한국당만큼은 효과적으로 압박하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돌발 사태가 터졌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현 권력층을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후 다수의 여당 예비후보들이 성추행 의혹으로 공천 취소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아직도 그 여진은 멈추질 않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 대선에서 댓글조작을 주도한 혐의가 있는 드루킹(필명) 김모 씨도 이슈가 되고 있다. 언론 취재로 김경수 경남지사 여당 후보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달빛기사단 등 수사 대상의 범위도 점점 커져가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26일 전국 성인 남녀 1천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드루킹 특검에 찬성하는 의견이 55%, 반대가 26%였다.

 그런데 4월 27일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적대행위 중지, 이산가족 상봉 추진, 완전한 비핵화 실현 합의"라는 남북 정상간 판문점 선언이 그것이다. 이날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언론, 포털, SNS 상의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영역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 이슈로 뒤덮여 있다.

대통령 지지도는 사상 최고치 기록까지 갈아치울 태세고, 자연스레 여당의 지방선거 판세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문득 영화 더킹에서 검찰 수뇌부인 한강식 검사(정우성)가 후배 검사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 거야", "그냥 역사가 흐르는 대로 흘러가…"

 지방분권화가 실종되고 지역발전에 대한 담론도 사라진 지방선거, 이대로 마냥 흘러가도 되는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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