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효성 국제펜클럽 인천지부 부회장
얼마 전에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봤다. 재미있고 황당한 대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멍 때리기가 현대인에게는 힐링의 방법이라고 한다. 마음 급할 것 없이 느리게 사는데도 스트레스는 쌓이고 관계 맺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면 고요하게 있을 시간이 부족하기는 한 것 같다.

 세상 사람들과 교류 중인 시간은 제하고 나면 혼자 쉬는 시간이 있는데도 스마트폰 앱으로 온갖 잡다한 정보를 찾거나 TV를 시청하면서 감정 소모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멍 때리기는 뇌를 쉬게 해 주는 휴식의 시간이다. 멍 때리기 치유력이란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육체적인 감각에서 튕겨져 나간 의식이 다시금 육체적 감각으로 되돌아오곤 하는데 육체적 감각을 떠난 의식 상태일 때엔 몸의 자율성이 배가 된다. 감각에 지배받던 몸이 자유로워지니 지율성이 배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몸을 치유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감각에서 자유롭기에 몸이 좋아지려는 방향성이 커져서 치유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 누구였는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슴에 와 닿는 마음치유 요법에 관한 글이라 문득 생각이 났다.

 몇 해 전, 초가을 볕 따가운 섬에서 바다 위에 떠 있었던 적이 있었다. 바닷물에 누워 눈을 감고 떠 있으면 세상의 소음도 세상의 물상도 차단돼 찰랑거리는 바닷물 소리만 귓전에 들리고 몸은 물결 따라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잎사귀 하나처럼 가벼워졌다. 마음이 편하고 잡념도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일종의 멍 때리기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멍 때리기’라는 말은 정신이 빠진 듯 우두커니 있다는 ‘멍하다’의 사전적 의미에다 의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인 것 같다.

멍 때리기가 단순히 뇌가 쉬는 것이 아니라 육체 감각에서 뇌를 놓아준다는 의미라는 전문가의 말에 공감이 간다. "뇌에게 자유를 주게 되면 육체적 자율성이 회복된다. 부모가 지나친 간섭으로 아이를 통제하면 아이의 능력은 도태되듯이 과도하게 통제를 받으면 몸도 능력을 잃게 된다.

몸의 감각에서 풀려나게 해 주면 뇌는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몸도 더불어 맘껏 자율성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잠들지 않은 상태에서 뇌가 자는 것이 멍 때리기이고 이것이 몸도 마음도 치유하는 방법이 된다." 멍 때리기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에 공감이 된다. 멍 때리기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았다. 수업 시간에 딴 생각에 빠지거나 멍하게 있다가 선생님께 정신을 어디 두고 있느냐고 혼이 난 기억은 누구나 한두 번 있었을 것이다.

 지난 22일에 있었던 멍 때리기 대회가 벌써 3회나 됐고 유튜브로 세계인이 공유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멍 때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다. 새로운 한류 문화 콘텐츠가 된 것 같다. 1회 대회 때 우승한 사람이 9살 여자아이라고 해서 놀랐다.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너무 힘들거나 지칠 때면 저절로 멍해졌다"라는 대답을 했다.

아홉 살 아이는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원을 뱅뱅 돌아야 했고 뇌는 쉴 새 없이 정보를 받아야 해서 과부하 걸린 뇌가 스스로를 지켜 견디기 위한 방법으로 멍을 때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멍 때리는 시간을 쓸데없는 낭비라고 질책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휴식은 몸에도 정신에도 필요하다. 가끔은 무념무상으로 뇌에게 짧지만 강제 휴식을 줄 필요가 있다. 뇌가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특정부위가 있는데 내측 전전두엽과 후측 대상피질, 설전부라고 한다. 주위가 산만한 아이는 이 부분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멍 때리는 시간은 창의성이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불현듯 솟구치는 시간이라 뇌의 이완이 꼭 필요하다. 복잡한 현대 사회는 온전히 혼자 몰입하는 것에 선처가 없다. 주변에서 방해하는 요인들이 바짝 달려들어서 참견을 하는 통에 뇌는 복잡하고 어지러워지는데 뇌를 정화해 주는 시간이 뇌를 휴식하게 하는 시간일 테고 뇌의 휴식은 멍 때리기가 아닌가 싶다. 가끔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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