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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매년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는 380여만 대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대략 30조 원 시장에 육박한다. 신차 규모가 약 180만 대라고 생각하면 두 배가 넘는 시장이다. 그러나 우리 시장은 규모만큼 선진화됐는가를 판단하면 아직은 후진적이고 영세적인 문제가 많다. 자동차 분야 중 대부분이 선진화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불모지가 많고 거래 투명화가 가장 부족한 시장이 바로 중고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허위 및 미끼매물이나 위장 당사자 거래, 주행거리 조작 등 성능점검 문제, 품질보증, 매매사원 관리 등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어서 향후 본격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바로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의 개선이다. 성능점검기록부는 객관적으로 거래되는 중고차를 평가하고 1개월 2천km를 의무 보증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법정 의무 품질보증 제도다. 중고차 구입 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법적 기관을 4군데 지정해 운영되고 있으나 잘하는 기관이 있는 반면 구멍 투성이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기관도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보증보험 등 문제 발생 시 조치할 수 있는 기반은 당연하고 보상하는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와 같이 제대로 된 의무 보증을 해주는 기관을 중심으로 신뢰성을 높이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을 강력하게 퇴출하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번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퇴출 의지도 보여주기 시작했고 특히 성능점검기록부의 자체적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현재의 성능점검기록부는 중고차의 상태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보증을 해주고 있지만 일본 등과 같이 동시에 정확하고 객관적인 가격을 한꺼번에 소비자에게 알려주지 못해 소비자의 정확한 알 권리와 객관적인 거래 가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능점검기록부는 기록부대로, 가격을 위한 가격 산정표는 자동차 진단평가사라는 제도를 통해 별도로 진행돼 각각 진행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일본의 경우 중고차 평가와 가격을 동시에 표시하고 객관성을 인정받아서 중고차 유통 투명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현 제도도 일본의 선진 사례를 10여 년 전에 벤치마킹해 한국형 선진 모델로 구축한 만큼 이번에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 산정표를 통합해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중고차 가격은 여러 곳에서 발행되는 책자를 참조로 하고 있고 객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나 연식, 색상, 사고유무, 침수 유무 등 수십 가지를 체계적으로 객관적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자동차진보증협회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동차 진단평가사 제도는 담당기관인 국토교통부의 유일한 인증 민간 자격증으로 앞서 언급한 다양한 중고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해 객관성을 인정받은 지 오래됐다.

 여기에 이미 법원 등 공공기관에 대한 자동차 산정기관으로서의 자격도 갖고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에 따른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산정표의 통합으로 소비자는 더욱 객관적으로 자신의 매매차량에 대한 정확한 재산적 가치를 확인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됐다.

앞서 언급한 법적 발행기관의 철저한 수시 감독과 문제 발생 시 퇴출은 기본이고 매매시장의 불투명한 관행 퇴출 등 소비자 중심의 선진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요구된다.

여기에 최근 개인이 업체를 통해 구입하는 사업자 거래에만 제출됐던 성능점검기록부가 개인 간의 거래인 당사자 거래에도 포함되는 관련법이 의원 입법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명실상부한 투명성 제고가 되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성능점검기록부와 가격 산정표의 통합에 큰 기대를 걸면서 더욱 투명한 중고차 유통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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