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우리가 해마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을 때면 어김없이 읊조리는 ‘어머님 은혜’ 노랫말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효(孝)는 가히 인륜의 가장 으뜸 되는 덕목이 아닐 수 없다. 공자는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며, 예로서 제사를 받들 것을 설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해 이를 확고히 정착시켰다.

 이 사상은 맹자에서 자식의 부모에 대한 의무가 더욱 강조됐고, 한대에 이르러 ‘효경’에서 도덕의 근원, 우주의 원리로서 형이상화되고 절대복종이 명문화까지 이뤄졌다. ‘효경’의 특징은 천자(天子)가 돼야 비로소 지극한 효를 할 수 있고, 효를 실천함으로써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는 논리적 축을 세운 것이다.

 이는 국가가 효 윤리를 권장 및 강요해 춘추시대를 거친 중국인들은 물론 그 영향을 받은 인류의 중요한 도덕규범으로 정착시킨 도그마였다. 우리 민족의 효사상은 단군조선의 통치 원리이자 교육이념인 이른바 ‘환웅칠훈(桓雄七訓)’에서 가장 먼저 엿볼 수 있다. 효를 하늘의 뜻으로 알고 정성으로 실천할 정도로 큰 덕목으로 섬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구려의 태학이나 신라의 국학에서 교육했고 신라 ‘삼국사기’에 효녀 지은, 향덕, 설씨녀 등의 사례를 고찰할 수 있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에는 ‘논어’, ‘효경’을 기초로 한 유교적 효사상이 지식인들의 기본교양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고려말 권부의 ‘효행록’, 조선시대의 ‘효행록’, 세종 13년의 ‘삼강행실도’의 효자도는 효행담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조선에서 삼국시대로 이어진 효문화는 중원에서도 두려움(?)을 가질 정도인 탓에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東邦禮義之國)이라 불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인효사상의 부재 속에 부모를 때리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패륜범죄’가 판을 치는 다양한 사회적 병리현상을 겪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12년간 발생한 패륜범죄가 무려 10만 건이 훨씬 넘는다니 참으로 끔찍한 세상이 아닌가? 부디 우리 모두 효(孝)를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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