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OECD 가입국가 가운데 산업재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사업장에서 근로 도중 산재가 발생하면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가정이 불행에 빠진다.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산재다발국이라는 오명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하겠다.

 봄철을 맞아 신도시와 원도심 지역을 가리지 않고 도처에서 각종 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안전장구 미착용은 말할 것도 없고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설치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이다. 안전기준 위반 사업자에 대한 의법조치가 뒤따라야 하겠다. 보도에 따르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최근 지역 내 공사 현장에 대한 불시 감독 결과 51개소 중 50개소의 현장에서 안전관리 실태 불량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사장 안전불량은 곧 산재사고로 이어진다. 공사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공사장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공사장 실태다.

 지역 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관 1명당 3∼4개소의 현장을 선별해 현장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 공사 현장의 9%에도 못 미치는 수치라 한다. 게다가 안전보건공단이 인천지역의 소규모 공사장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안전지킴이 사업 인원도 6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근로감독관과 안전지킴이가 많다고 해도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의 전환 없이는 사고를 줄일 수가 없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지는 이미 오래다. 대부분 산재사고는 발생 후 원인을 분석해보면 얼마든지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로 나타나곤 한다. 이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전예방이 가능했던 사고라는 얘기다.

 며칠 전 근로자의 날도 지났다. 경제수준이 아무리 높다 해도 근로자의 산재 위에 쌓아진 실적이라면 차라리 발전이 더디니만 못하다.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이 경제성장의 속도에 맞춰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 산재 등 사고 없이 모두가 잘사는 나라가 진정 잘사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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