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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고 이달 말쯤에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거둔다면…. 우선은 영국의 대표적 도박 사이트인 래드브록스의 올 노벨평화상 1, 2위 순위부터 바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북한 관련 주식 동향을 말하고, 파주 등 접경 지역으로 돈 보따리를 든 부동산 투기업자나 복부인들이 쏠릴 것이다. 이미 파주 땅값이 꽤 올랐다는 보도다. 남북경협이 성사되면 이미 경제 성장 동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든 북한을 ‘선점’하려고 내달릴 것이 틀림없다. 우리 사회에서 ‘돈이 된다’는 것만큼 유인력이 강한 것도 없으니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북한이라는 시장을 노리고 있는 우리의 자본주의가 몹시 기형적이라는 점이다. 재벌 중심의 한국식 자본주의가 빠르게 양적 경제성장을 이뤄냈을지 모르나 합리적 자본주의로 나아가진 못했다. 소수의 재벌은 재화를 독점했고, 갑질과 노조 와해 공작 등이 보여주듯 악랄하고 천박한 물신주의를 확산시켰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착취건 불의건 거침없이 그들의 새로운 먹잇감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면….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이 북한의 광물자원이다. 북한이 해외로 수출하는 광물은 2016년 14억6천 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2%를 차지하는데 대부분 중국으로 유입된다. 그동안 북한의 광물 자원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었다.

외국 기업이 북한과 맺은 투자 계약 총 38건 중 중국 기업이 33건, 일본과 프랑스가 2건, 스위스가 1건. 광물별로는 철과 석탄이 9건이고 금 8건, 동 5건, 규석·마그네사이트 등이 7건이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희토류 매장량에 대한 부분이다. 일반에 알려져 있는 것처럼 희토류는 화학적 안정성과 뛰어난 열전도성으로 전자제품, 광학유리, 금속첨가제, 촉매제 등 첨단산업 원재료로 사용되는데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밝힌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은 황해남도 덕달광산 2천만t, 평안북도 룡포광산 1천700만t, 강원도 압동광산과 김화광산에 각 1천100만t 등이다. 우리의 연간 수요량이 3천200t이라는 걸 감안하며 보통 매력적인 매장량이 아닌 셈이다.

 이 희토류는 현재 중국이 세계 1위이기 때문에 수입할 필요가 거의 없어 북한 광물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별로 심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 쪽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될 경쟁자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중국이 수출하는 희토류의 50%를 가져가야 하는 일본이 이를 간과할 리 없잖은가.

 북한은 현재 728개 광산에서 42종의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석탄 광산이 241곳, 금·구리 등 금속광산이 260곳, 인회석·마그네사이트 등 비금속광산이 227곳이고 우리 정부가 ‘10대 중점 확보 희귀금속’으로 지정한 텅스텐과 몰리브덴도 상당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소비하는 광물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가 있고, 대표적인 기초 원자재인 철의 경우 자급률이 1%인 우리로서 북한의 철광을 수입하면 엄청난 운송비 부담이 줄어 든다고 한다. 경협 성사와 함께 불어 올 북한 광물시장에 대해 우리와 중국, 일본 삼국 간의 경쟁은 불꽃 튀는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해방 이후 지금껏 대치 일변도로 진행돼온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평화로운 미래는 결코 경제적 가치로만 환원될 수 없을 것이다. 식민시대, 분할 통치, 전쟁, 분단이 중첩된 우리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남북 경협이 소수 재벌이 더 부자가 되는 계기로 되거나 한국 노동자가 직접 나서서 자신들보다 더 착취 받는 프레카리아트를 찾아내는 과정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하물며 중국이나 일본에게 밀려 뒤처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북한 땅에 ‘값싼 노동력’으로 산출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이 바로 우리와 함께 미래의 한반도를 이끌 주역이라는 것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가치이자 의미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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