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나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귀로 주위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상식이고 보편적인 진리다. 또 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은 이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고, 듣는 것이 과연 눈과 귀뿐일까?

얼마 전 기자 몇 명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근방에 있는 커피숍을 찾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끝에 최근 한 방송사에서 맞선을 주선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화제가 모아졌다. 출연자 중 한 여성은 미모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수십 차례 미팅을 했지만 단 한 명의 남자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애프터 신청을 전혀 받아 본적이 없는 여성. 그러나 이번 미팅에서는 한 남자가 그녀에게 푹 빠져 버렸다.

방송을 본 기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여성은 방송 내내 남자와 이야기하면서 상대 남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여성의 손은 커피 잔에 있는 빨대를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자신의 신경을 온통 그곳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날 그 여성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남성은 여성의 그런 모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 여성은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미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고 듣는 것은 눈과 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눈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면 오랜 시간 이야기하는 동안, 남성은 이 여성의 손놀림을 충분히 볼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을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눈과 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매개체 역할만 할 뿐이지 결국 우리는 마음으로 보고 듣는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흔히 본인의 말에 확신을 주기 위해 ‘내가 분명히 봤다’, ‘내가 분명히 들었다’라는 말을 한다.

 그렇지만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제 한 달여 정도 남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유언비어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말하고 싶다. 잘 보고, 잘 듣고 정직하게 말하세요. 그리고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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