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나온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힘이 엄청나게 센 거인이자 노상강도였다. 그는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살면서 길을 지나가는 나그네를 상대로 강도질을 일삼았다. 특히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그는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 그러나 그의 침대에는 침대의 길이를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장치가 있어, 그 어떤 나그네도 침대의 길이에 딱 들어맞을 수 없었고 결국 모두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마르크스가 헤겔의 관념론적 사유 방식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도 같다고 비꼬면서부터 널리 인용되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자기의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 아집, 독단 등을 이르는 심리학 용어로 쓰인다.

 여야 각 당의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속속 정해지면서 선거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야당 현직 시장의 불출마선언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선거판. 여당 공천은 당선이라는 인식이 짙어지면서 공천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는 곳마다 선거 이야기가 가득이다. 이리가도 저리가도 선거 이야기다. 그 중에는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특정 후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 이야기에는 특징이 있다. 모두 칭찬 일색이다. 시종일관 거친 숨을 토해가며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고는 이내 다른 특정 후보를 비난한다. 마치 최고의 선거 전략인 양 흠집을 낸다. ‘상식’과 ‘이성’까지 운운해가며 말이다.

 남북으로 나뉜 곳을 다시 동서로 나누고, 그걸 다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또다시 사상과 연령으로 조각낸다는 선거. 자신만의 편향적이고 편파적인 검증과 믿음으로 건전한 판단과 결정을 하려는 다른 사람들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히려 하지는 말자. 당신이 칭찬하는 사람이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자란다면 지구를 수백 바퀴 두르고도 남을 사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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