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얼굴에 헝겊이 덮인 채 발견됐을까.

지난달 16일 인천시 중구 인천대교 인근 방조제 위에서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된다. 발견 당시 부패가 심해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사망 시기나 사인 등도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갑에 든 약 25만 원의 현금과 그의 얼굴에 덮인 헝겊(수건 또는 옷 조각으로 보이는 헝겊)이 그를 나타내는 전부였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수원에 거주하는 20대 후반의 추모 씨로 확인됐다.

추 씨의 지인들은 그가 일주일 동안 보이지 않자 2월 6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추 씨가 평소 삶이 힘들다고 말해서다.

하지만 실종신고는 곧 철회됐다. 추 씨가 뺑소니 등으로 수배 중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숨은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추 씨가 주검으로 발견되자 경찰은 조사에 들어갔다. 그의 마지막 전화 통화는 인천남항이었다.

그러나 그의 동선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았다. 수개월이 지나 CCTV의 확인이 어려워서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게 나오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시신에 외력에 의한 외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몸속에 물이 찬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지갑 속에 그대로 남아 있던 현금이나 지인들의 확실한 알리바이도 타살의 가능성을 줄인다.

문제는 그의 얼굴을 덮고 있던 헝겊 조각이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얼굴에 헝겊을 덮었는지, 아니면 누군가 주검이 된 그의 얼굴에 덮어줬는지는 추 씨만이 알고 있다.

경찰은 약 3주 후 나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다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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