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105분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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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과거. 형사들을 피해 도망쳐 온 법대생 철수(전수현 분)와 마주친 미대생 명희(김채희). "데모하면 바뀔 것 같아요?"라며 세상에 무관심했던 명희는 낡은 셔츠에 단추가 떨어진 줄도 모른 채 인권을 외치는 철수의 신념이 무엇인지 점점 궁금해진다.

2018년 5월 현재. 1980년 5월에 멈춰 있는 명희(김부선)는 날이 갈수록 정신분열 증세가 깊어진다. 사이렌 소리 하나에도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명희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한 딸 희수(김꽃비)는 지금까지 엄마를 괴롭혔던 상처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기복 감독이 실제 보고 들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 발생했던 ‘이철규 변사사건’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의 시간과 공간을 결합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시간의 간극과 상관없이 유효하며, 국가폭력과 범죄는 시효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히 과거에 발생했던 사실을 나열하지 않는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이자 피해자 가족인 ‘희수’의 시선으로 아직도 1980년 5월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재조명하며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정부에 의해 무참히 죽음을 맞아야 했던 ‘철수’와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간신히 목숨만 이어가는 ‘명희’ 사이에서 태어난 ‘희수’, 그리고 그런 그녀를 친자식처럼 돌봤던 ‘철호’와 ‘태자’까지 되풀이해선 안 되는 역사적 아픔을 가진 가정을 통해 지역·세대 간 화해의 손길과 피해자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넨다.

특히 전국적으로 진행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 등 신예 배우들은 30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 등에서 작은 역부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전수현과 김채희, 김효명은 신예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로 김꽃비, 김부선, 이한위 등 명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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