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상황이 어지러워 난장판이 됐을 때 ‘개판 오 분 전’ 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을 개(犬)판 5분 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즉, 개들이 한데 모여 난장판을 이루는 모양새가 되기 일보 직전이란 소리다.

 실제로 여러 마리의 개를 한곳에 두면 이것저것 물어뜯고 아주 난장판이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연상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일단 사용되고 있는 의미 자체는 별 차이가 없지만, 남아있는 의문은 오 분 전은 어떻게 설명하느냐다. 개판이면 개판이지 왜 개판 오 분 전인가?

 보통 난장판이 됐을 때는 개판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로 굳이 5분이란 애매한 시간대를 붙여서 말을 늘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개판 오 분 전이면 사실 개판은 아니고 그럴 만한 조짐이 보인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말이 달라진다.

 특히, 개판이 되기 직전의 상황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단어, 하지만 이 단어를 쓰는 시점에서 이미 개판이 된 경우가 많다.

 사실 개판 오 분 전의 개판은 개가 난장판을 치는 모양이 아니라 개판(開鈑)으로, 판을 연다고 하는 뜻인데, 이것은 한국전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전쟁 당시 다들 피난을 해 이동했고 끼니 해결이 어려워 한 끼도 못 먹는 날이 허다했다는데, 그 때문에 무료 급식소에서 피난민을 위해 거대한 솥에다 밥을 지어 식사를 배급할 때 밥을 나눠주기 전에 사람들에게 통보하는 말이 있었다.

 그게 바로 개판 오 분 전(開鈑五分前)이다.

 즉, 밥이 거의 다 됐고 이제 솥뚜껑을 5분 후에 열겠다는 소리로, 개판의 판은 솥뚜껑을 말하며, 피난민들은 무거운 짐을 지고 계속해서 걷기 때문에 굉장히 지치고 굶주린 상태가 된다.

 그때에 이 통보를 들으면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배식을 받기 위해 달려들어 그야말로 난장판인 상태가 되는데, 우리가 말하는 개판 오 분 전은 바로 이 같은 슬픈 역사에서 나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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