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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신선함을 안겨 줬다. 북미회담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분단의 상징을 평화공존의 장으로 만들려는 양 정상의 노력은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북의 젊은 지도자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한 이번 선언은 세계사에서 이정표를 찍게 될 것이다. 국민 90%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일부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 속아왔고 이번에도 또다시 우리를 속일 것이란 확신 발언이다. 이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믿지 못하더라도 가야 할 ‘통일’이라는 사실을 뒤로 미루는 의식이 문제다.

 소신의 발언은 그동안 분단국가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좌파’를 팔아왔고 앞으로도 이 장사를 계속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평화적으로 이루기 위해 그리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앞장서 해소해야 할 책무를 지닌 정치 지도자의 품격은 아니다. 분단 73년의 역사는 이런 울타리를 넘어서는 순간을 애타게 찾아내려는 모두의 바람이었다.

 국민의 희망은 고착화된 사고를 가진 분들이 많아지는 데에 비례해 훼손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커질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그나마 전쟁을 겪은 실향민 세대가 지난 후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본질을 망각한 채 그 자리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은 역사의 교훈을 통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몽골도 분단 현실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내몽골(네이멍구)과 몽골(Mongolia)로 나눠진 것은 1644년 청나라에 의해서이다. 청은 월계금지(越界禁止) 통치로 몽골 씨족이나 부족 간의 경계를 정부 허락 없이는 넘나드는 것을 금지했다.

고비사막 남쪽의 네이멍구는 1947년에 중국의 자치주로 됐고 북쪽은 외몽골로 불려지다 지금의 몽골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기는 1921년 혁명을 시작한 이후 1946년에 이르러 독립하면서이다.

두 몽골 모두 세계의 가장 넓은 면적을 지배했던 징기즈칸의 명망을 이어받아 오면서 하나로 통일하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견고하게 된다. 네이멍구에 사는 몽골족 400만 명 정도와 300만 명 정도가 거주하는 몽골, 인근의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키스탄 등에 약 200만 명 정도 살고 있는 그들은 지금의 환경에서 탈출해 단일화하겠다는 조짐을 찾기 어렵게 됐다.

 1978년 덩샤오핑에 의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경제 발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네이멍구에 비해 몽골은 11년 늦은 1989년 옛 소련의 붕괴로 사회주의로부터 탈출하면서 경제 발전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있다.

 네이멍구는 중국의 자치구로 정치적 자주권을 찾는 개혁보다 경제적 안정을 우선함으로써, 경제적인 독립보다 정치적인 제도 정착에 집중하는 몽골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민족 구성원의 통일이라는 과제보다는 사회 안정에 치중함으로써 아직은 통일이라는 거대 희망을 현실화 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300여 년 이상 분리된 공간에서의 생활은 분단을 고정시켰다. 한자어로 모든 소통을 하는 네이멍구와 변형된 키릴어가 공식어인 몽골은 전통몽골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일부의 학교 교육에서만 존재한다.

안정적인 사회를 가지게 되면 적어도 민족 동질성 회복이 우선돼야 할진대 점차 굳어져 가는 몽골인의 관심은 발등의 불을 먼저 끄고 나서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의식으로 400년을 지나게 되면 흩어진 몽골족은 아마도 영원히 단일종족화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도 그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좌파’로 불리면서까지 통일을 지향했던 분들이 있었기에 이런 시원한 사건을 만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들의 지속적인 자극과 이산가족의 존재는 아직 우리에게 통일 지향의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이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의 통일이 선뜻 다가오리라 생각지 않으나 독일 통일도 어느 순간에 오지 않고 서서히 시간과 정성과 노력이 깃들여진 상태에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던 사실은 우리가 귀감으로 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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