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소프라노는 누구일까.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의 동화같은 러브 스토리로 더욱 유명한 루마니아 출신 안젤라 게오르규다.

올해 36살인 게오르규는 빼어난 가창력과 연기 뿐 아니라 영화배우 뺨치는 미모등의 영향으로 보통 1회 콘서트 출연에 10만달러 안팎의 개런티를 받는다.

오는 12월 내한공연을 갖는 미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 제시 노먼 역시 10만달러 내외의 개런티가 보장돼 있으나 체격적인 제한으로 인해 콘서트 횟수가 극히 제한돼 있고 오페라 무대에는 서기조차 힘들 정도여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조수미의 경우 최근 한 국내 콘서트 출연료로 10만달러가 넘는 개런티를 받기로해 화제를 모았지만 한국을 제외한 그의 국제무대 시세는 2만-3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메조소프라노 중에서는 누가 가장 비쌀까. 이탈리아 출신의 체칠리아 바르톨리라는 데에 별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바르톨리의 1회 출연료는 7만-8만달러 수준이다.

게오르규와 동갑내기인 이 놀라운 메조소프라노는 그간 오페라 무대에서 소프라노에 밀려 별 관심을 끌지 못하던 메조소프라노라는 음역을 당당히 주역급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벽한 테크닉과 두 옥타브 반을 넘나드는 놀라운 음역, 따스하면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음색, 18세기 오페라에 대한 학구적 열정 등으로 불과 30대 중반의 나이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대단히 민감한 감수성의 소유자인 바르톨리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순회독창회를위해 유럽과 미국을 오갈 때에도 비행기 대신 며칠씩 걸리는 배를 이용한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한국을 찾은 적이 없으며 10년 이상 아시아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CD나 DVD같은 매체를 통해서만 그의 모습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데,최근 데카에서 출시한 신보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예술」은 바르톨리라는 가수를 파악하기에 아주 적합한 앨범이다.

바르톨리가 1988년 데카에서 첫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녹음한 이후 지금까지 선보였던 오페라 앨범 중 그가 근래들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레퍼토리들을 발췌해 한데 모아놓았기 때문이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중 '울게 하소서'와 글루크의 오페라 「티토의 자비」중 '당신이 만일 느껴지면'을 비롯, 바르톨리가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18세기 이전 바로크 오페라를 중심으로 모두 17곡의 아리아가 수록됐다.

이 앨범을 통해 전해지는 바르톨리의 위대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카스트라토의 빛나는 영광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비발디 오페라 아리아에서의 경이로운 테크닉과 절묘한 에스프리가 느껴지는 모차르트 아리아에서의 완벽한 성격묘사는 듣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다.

19세기 오페라의 영웅적 창법에 익숙한 청자라면 이른바 '바로크 스타일'을 유난히도 강조하는 바르톨리의 노래 스타일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자연스러운 거부감일 뿐이다.

바르톨리가 지향하는 바는 의심의 여지 없이 17-18세기적인 것이며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그녀가 얼마나 지적인 가수인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그 가수가 전대미문의 테크닉과 풍부하다 못해 콸콸 흘러넘치는 감수성,학구적 깊이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르톨리의 존재는 세계 음악계에 보석과도 같이 빛나는 기쁨이며 이 앨범은 바르톨리의 그런 값어치를 고스란히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는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중 '이야기 좀 하오, 아디나'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축배의 노래' 등 지금껏 공개된 바 없는 파바로티와의 이중창 두 곡이 포함돼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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