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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홍옥 인천 부평 세일고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영광스러운 정년퇴직을 했으니 최소한의 봉사활동으로 국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일과 여가를 잘 안배해 균형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요즘 유행하는 소위 워라벨(work and life valance) 할 수 있는 일을 고민스럽게 찾다가 아침 8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4시면 일을 마치는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한 지 한 달 여가 됐다.

보통의 근로자와 같이 하루 8시간 일하지만 봉사직이기 때문에 4대 보험 적용 배제는 물론 지급되는 소정의 봉사료도 최저임금의 절반도 안 된다.

나는 여기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는 사립학교의 비리보도를 보고 솔직히 사립학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세계 제일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작명했다는 ‘세일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또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사학(私學)의 현실과 정부의 학교정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학교의 설립 정신은 근검절약하여 널리 베푼다는 의미의 수약시박(守約施博)이다. 또 설립 목표는 애국인, 실천인, 과학인, 건강인의 인재를 육성하여 조국과 민족을 부흥시킨다는 뜻인 인재육성(人才育成)과 흥국부민(興國富民)이다.

 내가 평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관인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사회’와 일치하기 때문에 남다른 호감이 간다. 나는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생각은 어떨까하고 전체 29개 학급의 급훈을 모두 분석해 보았다.

 함께·행복한 동행·친구를 배려하자·together everyone achieves more 등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가치인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는 용어가 절반이 넘었다.

이렇게 스스로 내건 구호들을 이사장님부터 선생님들과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실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에 내가 인사할 때 차 유리문을 열고 정답게 인사를 받아주시는 이사장님부터 만날 때마다 꾸뻑 꾸뻑 인사하는 학생들 모두가 그렇게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 인사를 잘 안 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내가 먼저 인사하는 것을 보고 미안해서 다음부터는 모두 먼저 보는 사람이 당연히 인사를 한다. 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 보여준 나의 하모니카 연주를 다시 듣고 싶다며 점심시간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 찾아오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그런 좋은 인성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최근에는 일류대에 많은 학생이 합격하여 명문사립학교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일고등학교는 한국에서 제일을 추구한다는 ‘한일초등학교’가 같은 울타리 안에 있어 나의 손녀 같은 어린 새싹들과 정답게 교감할 수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하나 또는 둘밖에 없는 자녀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녀가 정문에서 교실까지 30m 정도를 걸어가는 것도 안타까워 바로 교실 앞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는 일부 학부형님들 때문에 정문을 통제하는데 애를 먹기도 하는데 학생의 자립심과 독립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아무리 어린 학생일지라도 학생은 학교 정문 밖에서 내려 스스로 교실까지 걸어가도록 지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변화가 심한 현대사회에서 사랑스러운 자녀가 어려운 일이 닥쳐 땅에 떨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곧 튀어 오르는 고무공과도 같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길러줘야지 반짝반짝 빛은 나지만 한번 땅에 떨어지면 회복 불가능하게 부서져 버리는 크리스탈 그릇 같은 어린이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아침에 등교하는 해맑고 씩씩한 어린 초등생들을 볼 때 나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 보며 나도 모르게 에델바이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Every morning you greet me.(매일 아침 내게 인사하네) Small and white, clean and bright. You look happy to meet me.( 작고 환한, 맑고 환한 꽃. 나를 만나서 행복해 보이네.) Blossom of snow may you bloom and grow, Bloom and grow forever(눈 속에서 피어나 꽃피고 자라서 영원히 꽃피워다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Bless my homeland forever(우리 고향과 조국을 영원히 지켜주고 축복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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