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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호일보 주최 ‘수원화성 글짓기대회’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는 생각이다. 자라나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한자리에 앉아 내가 사는 지역, 고장에 대해 성찰해 본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자기가 사는 곳은 아주 익숙하고 일상적이어서 대부분 의문 없이, 감동 없이 산다. 별다른 동기가 없는 한 되짚어 생각해 보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 고장의 미래에 대해 그려 보거나 생각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런 까닭에서 이 백일장이 갖는 뜻이 크다고 할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있는, 혹은 있었던 사실을 옮겨 놓거나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백일장 참가 작품들은 대개가 관광안내서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모두 수원화성에 대한 설명 정도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미세먼지 같은 공해 방지 이야기가 많은 것도, 기껏 수원화성의 미래에 대해서 로봇 세상 이야기가 태반을 차지하는 데도 놀랐다. 이것은 학교나 가정이 학생들에 대해 깊이 있는 감성교육 혹은 인문학적 교양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결국 작품들은 상상력 빈곤이 드러나고 아무런 감흥 없는 인터넷이나 시청의 홍보문구를 인용한 듯한 글들을 양산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더라도 몇 편이나마 독창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좋은 글을 읽는 즐거움은 컸다. 이 작품들은 앞서의 지적을 뛰어넘은 작품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더러 흠이 있고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 백일장이 요구하는 글쓰기에 부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중 1등 최우수작들만 살펴보자.

 초등부 1등의 필봉초등학교 6학년 전승호 어린이의 글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자신만의 경험을 독특하면서도 소박하게 정감어린 필치로 잘 정리해 썼다.

 중등부 1등을 차지한 수원중학교 2학년 허다연 학생의 ‘아바마마께’라는 시는 발군이다. 정조대왕의 이야기를 아주 그럴 듯하게 그려냈다. 전체 글 중에 으뜸이라 해도 이의 없을 것이다. 글 쓰는 솜씨가 앞으로를 기대케 한다.

 고등부 1등의 안산디자인문화고교 1학년 최미경 학생의 작품은 다소 평범한 느낌이 있지만 비교적 차분하게 써 내려간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일반부 1등의 임재영 씨는 수원화성의 미래를 다른 작품들과 달리 ‘길’의 이미지라는 독창적인 수법으로 썼다. 내용은 그렇다 하더라도 글 전체를 아주 조리 있게 써 가는 품이 미더웠다.

 끝으로 수상한 분들께는 축하와 함께 가일층의 글쓰기 노력을 주문한다. 비록 선에 들지 못한 분들께는 격려와 더불어 다음 기회에서의 분발을 기대한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습작하는 일이 좋은 글을 쓰는 길이라는 것은 예부터 내려오는 금언이다.

<시인·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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