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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웅 변호사
지난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판문점선언을 발표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핵문제로 야기된 극한의 대결구도와 갈등 관계를 마치고 대화와 협력이 시작됐음을 대내외로 공표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국전쟁의 아픔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채 안보위기를 안고 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판문점선언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의 변곡점으로서 자리하기를 소망한다.

 판문점선언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남과 북이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을 통해서 중단됐다. 정전협정은 평화적 해결이 있을 때까지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합의를 담고 있는 군사적 합의였다. 이후 1954년 제네바 회담에서 평화협정이 논의됐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그 뒤로 64년 동안 휴전이라는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전협정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은 당연한 선택이며, 통일에 이르는 중대한 첫걸음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는 역사적 상징임과 동시에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해방과 국가안보의 강화를 가지고와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판문점선언으로 평화협정의 체결이 눈앞에 잡힐 듯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태이다. 판문점선언에서 평화협정과 함께 중요한 내용은 한반도 비핵과 선언이다. 평화협정과 북한 핵문제는 개념적으로는 구별되는 것이지만, 현재 남북 대화가 시작된 국제정세에 비춰 보면 두 문제는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두 문제는 동시에 해결 될 수밖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는 어렵다. 북한 핵문제의 중요한 분수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여부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모두를 깊이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과 동맹관계이며 북한과는 민족적 동질성이 있는 대한민국이 북미협상에서 중요한 산파 역할을 맡는데 주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화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을 모아 문재인 정부가 북미정상회담도 성공으로 이끌어 내길 바란다.

 한편, 평화협정에 대해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근거로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지 않다. 한국과 미국의 정상은 모두 주한미군 철수는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서도 현재 요구하고 있지 않는 문제이다.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의 안보에 중요한 기둥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여론도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을 원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주한미군은 태평양사령부의 핵심으로서 중국, 러시아 등 잠재적인 위협에 대비한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므로 철수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은 남북한이 휴전상태이기 때문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 양국의 합의에 의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체결됐다고 하여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평화협정 체결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진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더불어 평화협정 자체가 북한의 음모라는 막연한 주장도 여전하다.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전쟁의 상처가 우리 국민들에게 일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자세로 현 정세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보다 더 가혹한 안보위기 속에 살아갈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해 험난한 길을 뚫어 전쟁을 종결 짓고 평화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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