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차를 통해 나를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인성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저의 한결같은 바람입니다." 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의 말이다.

최 이사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차(茶)’ 이야기가 나오자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이어갈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2007년 3월부터 11년째 가천대 메디컬캠퍼스에서 ‘한국민속과 예’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민속과 예’는 가천대의 1천800여 개 교양과목 중 5분 만에 접수가 마감되는 ‘인기 과목’이다. 최 이사장은 대학생들에게 차의 기원·역사·종류·효능부터 차를 만들고 내는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또 한복 등 복식예절과 인사예절도 교육한다. 학생들에게 국내외에서 구입한 동물 모양의 차 거름망을 소개하고 하나씩 나눠 주기도 하면서 젊은이들이 전통차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유도한다.

최 이사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인천 여아 살해사건과 각종 학교폭력 사건을 접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어릴 때부터 절을 하고 차를 우려내 마시는 과정을 배우며 인내심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이런 일들이 좀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협회가 20년 넘게 전국 청소년들에게 차문화전과 차문화경연대회를 꾸준히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 이사장은 어머니인 고(故) 이귀례 선대 이사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는 ‘찻잔은 깨지는 것’이라며 5만 원 이상의 다구(茶具, 차를 마시는 데 쓰는 도구)를 구입하신 적이 없다. 허례허식보단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며 "일반인들이 굳이 차와 관련한 전통예절을 다 배울 필요는 없고, 몸에 좋은 전통차를 평소에 많이 접하고 마시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주민센터의 문화·교양 프로그램이나 학교의 특별활동 수업 등을 통해 전통차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커피나 코코아 같은 서양 음료가 아니라 찻잎을 말려 우려내어 마시는 우리 전통차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서 남북 지도자가 우리 전통차를 마시는 장면이 TV에 나왔으면 평양냉면만큼 인기를 끌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우리 전통문화를 가꾸고 알리며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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