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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6월 12일 싱가포르)의 성공을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동시에 세 정상이 각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미세먼지 등 대기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협력 ▶감염병·만성질환 등 보건 협력·고령화 정책 협력 ▶액화천연가스(LNG)·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하면서 삼국 간 인적 교류 3천만 명 이상의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고, 캠퍼스아시아 사업 등 각종 청년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오랜만에 듣는 굿 뉴스다. 사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한다 해도 이 지역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생활에서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미세먼지의 경우 우리와 중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인데 이는 양국 국민의 건강에 직결될 뿐더러 적잖은 사회적 이슈와 연관돼 있다. 양국 정부가 진지하게 걱정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함은 물론이다.

 2년 후 도쿄 하계올림픽, 그 다음 2년 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감안한다면 삼국 간 3천만 명 이상의 인적 교류도 중요 관심이다. 이번 기회에 삼국 간 관광협의기구가 발족해 유럽의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못지않은 체계를 갖추었으면 한다. 그동안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객 제한 조치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서 안 된다. 근래 빠르게 해결되고 있어 반갑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삼국의 청년 교류 사업이 더욱 활성화돼야 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 조성을 위해 시급하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나 일본의 터무니없는 독도 자국령 주장,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중국 군용기의 우리 영공 침범 등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이런 삼국 간의 갈등과 대립은 역사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점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 아닌가.

 예를 들면 우리는 일본, 일본인을 작다고 여긴다. 왜국(倭國)이니 왜인(倭人)이니 하는 의식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대국(大國)이면서 음흉하고 수준이 낮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다. 일본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일본 열도는 한반도의 2배 가까이 된다. 남한에 비하면 4배나 되고 인구 역시 남한의 2배 이상이다. 중국인이 음흉하고 수준이 낮다는 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지역 질서는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팍스시니까(Pax Sinica) 즉 중국 일국지배체제였고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걸출한 인물들이 19세기 말 청일전쟁 이후면 몰라도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더하여 1850년대 에도 만에 나타난 미국 페리 제독의 거대한 함선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은 요시다 쇼인, 가스 가이슈, 사카모토 료마 등이 해양국가가 되는 길이 살 길이라고 부르짖으면서 우리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고 만다. 휴전선은 바로 양 세력의 경계선이 됐던 것이다.

 이런 역사의 갈등 구도나 오해에서 벗어나 동북아에 평화 무드가 제대로 조성되려면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미래의 번영과 공존을 위해서 청년 교류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삼국 정상회담의 정신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로 압축되는 일련의 각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일방적인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등 미래를 보장하는데 적극 동참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한·중·일 삼국도 미래 지향적으로 상호 존중과 공동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910년 안중근은 「동양평화론」을 쓰기 시작했다. ‘일본, 한국, 청 삼국이 각각 자주독립군으로 연합해 서구 열강의 침략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책은 완성되지 못했다. 중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100여 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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