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절과 의리의 대명사처럼 숭앙 받는 관우가 조조에게 항복할 때의 일이다. 궁지에 몰렸으나 관우는 설득하려고 찾아온 장요에게 "사내대장부가 전장에 나와 싸우다 죽으면 그만이지 무슨 소리냐!"며 단호히 물리쳤다.

 그때 장요가 설명했다. "우선 도원결의할 때 함께 살고 같이 죽기로 언약했는데 지금 유비와 장비의 행방이 불명한 상황에서 먼저 죽는 것은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고, 그 다음은 지금 유비의 부인과 가속들을 보호하고 있으면서 그들의 생사를 도외시하는 것은 의로운 행동이 아니며, 끝으로 한실 부흥을 부르짖다가 포기하는 일은 결코 충의가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헛되이 목숨을 잃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때서야 관우가 항복 조건 세 가지를 제시하게 된다. 이른바 경극 등에서 잘 알려진 ‘관우약삼사(關羽約三事)’의 고사가 바로 그것이다. 어디 목숨이 육체의 죽음뿐이겠는가. 정치생명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신적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굴절되고 야합하는 것도 그렇고, 바람에 기대어 나서려는 철새형들도 곱씹어 볼 의미라고 하겠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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