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0일 펴낸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이 78조8천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조9천억 원이나 늘었다. 법인세에서 3조6천억 원, 소득세에서 3조1천억 원 늘어나며 세수증가를 견인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 경제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10일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경제가 3.1%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달성했다"며 지난 1년을 자평했다. 수출과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국가신용등급도 올라갈 판이니 자화자찬하고 싶을 만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곳간에 돈이 많이 들어오고, 숫자가 그럴 듯하게 보인다고 정책의 인과관계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

 작년의 성과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아무 상관이 없다. 세계경제 회복으로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에서 수출이 늘고, 일부 계층에서 낙수효과가 발생했을 뿐이다. 투자와 생산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지난달엔 수출이 18개월 만에 감소했다.

 미국의 보호무역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를 볼 때 수출 악몽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부동산에 빚이 집중된 가계와 생계형 대출에 의존하는 영세 자영업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에겐 금리인상의 먹구름까지 다가온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허상에 집착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은 양날의 검처럼 오히려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만 줄 뿐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한다면 왜 다른 선진국들은 1만 원이 아니라 그 이상인 2만~3만 원까지 과감하게 올리지 못하는 걸까. 명목소득이 아닌 실질소득이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혁신과 생산성 증가를 통한 실질임금 인상’만이 물가 상승이나 고용 감소 같은 부작용 없이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진리를 모두가 외면한다. 청와대는 인기 없는 경제정책을 회피하는 것 같고, 관료들은 정권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자신의 신변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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