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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겸 시인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오는 6월 13일 실시된다. 각 정당의 후보자로 선택된 지역의 일꾼들은 신성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주민들에게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거 때마다 생각나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본 ‘추억’이라는 멜로 로맨스 영화다.

한 대학에서 만난 ‘캐티(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허블(로버트 레드포드)’이 주인공인데 캐티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활동적인 여성인 반면, 허블은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하는 모범생이자 성실한 남성이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어 열정적으로 사랑을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견해 차이, 즉 정치적 이념으로 갈등을 빚는다. 졸업 후 캐티는 정치 활동가로, 허블은 해군 장교로 근무하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나 서로가 사랑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옛 추억을 그리워하며 동거를 시작한다. 이후 그들은 성격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하고자 서로의 감정을 죽이며 캐티는 정치 활동을 접고, 허블 역시 해군 생활을 그만두고 작가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격렬했던 달콤한 사랑은 잠시, 어느 날 대학 동창모임에서 친구들 사이에 불붙은 정치적 이념 논쟁에 휩싸이고 캐티는 그동안 억제했던 감정이 폭발, 이들은 또다시 정치적인 견해차이로 격하게 다투며 결국은 헤어진다.

세월이 흐른 후 허블은 사귀는 여인과 함께 거리를 지나가다가 정치 선전 전단지를 나눠주는 캐티를 보게 되며 캐티 역시 연인과 나란히 걸어가는 허블을 보게 된다. 한동안 서로가 사랑했던 연인, 지금은 서로가 바라만 볼 뿐이다. 그들은 한동안 아름다웠던 추억을 그리워하며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추억은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도 없이 사랑할 것 같은 시절, 그리고 끝도 없이 사랑해 줄 것만 같은 둘만의 사랑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정치적 이념으로 헤어진 것이다.

 지방선거의 열풍이 한창인 지금, 온 세상은 진초록으로 물들어 있고 그윽한 라일락 꽃 향기와 햇빛 찬란한 오월, 나는 40여 년 전 개봉한 오래된 영화를 기억하며 왜 그리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이념이라는 사고가 죽도록 사랑하겠다는 그 말을 지배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싸움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에 아직도 그 영화가 나의 뇌리 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일가친척들이 모인 밥상머리에서, 친구, 동료들과의 술좌석에서, 그리고 동문수학한 학우들은 동창모임에서 정치얘기는 가급적 피하라고 했다.

 실제로 정치 관련 이야기로 동료들 간에, 심지어 부자지간에 일어난 폭력사건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즐겁고 행복해야 할 모임이 서로 간 다툼으로 변질되고 서운한 관계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어느 모임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4월 27일 치러진 남북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기대감을 뒷받침할 후속 조치와 조만간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아울러 댓글사건으로 부각된 일명 ‘드루킹 사건’의 특검이 술좌석의 안줏감으로 등장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추억’이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사랑하는 연인들의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정치적 이념이었다.

 정치적 이념은 어쩌면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의한 고도의 술책에서 나온 산물이며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편가르기용 여론 분열책일 수도 있다. 내 의견에 반하면 빨갱이니, 보수꼴통이니 하며 비속한 언어를 서슴없이 쏟아내고 아직도 낡은 이데올로기 사상을 들추어내며 국민들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궁극적 목적은 이 땅에서의 영원한 평화이며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번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는 교육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등을 뽑는 7개의 선거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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