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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면…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5월 16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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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의 학교 교육 현장은 갈 길을 잃은 지 오래다. 정착하지 못하는 입시제도와 자신의 자식에게만 혜택을 보려는 학부모와 교육자의 모습을 잃어가는 선생님들의 합작품인지 모른다. 대학만 많이 보내면 명문고로 평가하려는 사회인식, 대학을 많이 진학시키는 고등학교로 입학시키려는 부모, 그들을 부추기는 사교육 제도 등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교육정책과 연결되지 않는 점 또한 현실이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15년)은 우리 청소년들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이 36개국 중 35위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사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칠지 한 번쯤 고민해 보아야 하는 점이다.

학교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인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공부를 좀 못한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기초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창의융합형 인재란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다. 과연 현실적으로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현장인지 기획한 관리자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수능 위주의 교육으로 지식만 강조하는 문제풀이식 교육, 성적으로 줄 세우기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세계는 정답 없는 교육, 잠재력을 인정하는 교육으로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교육자들조차 진보와 보수로 갈려서 현실을 외면하며 학생들을 사탕발림으로 수시와 정시, 입시제도의 다양함 등, 학부모의 눈치까지 보는 현실이다. 훌륭한 사람 뒤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다. 그러한 스승을 만난다는 것도 요즘은 행운에 속한다. 하지만 훌륭한 스승은 점차 줄어들고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학생 숫자는 줄고 있는데 선생님의 숫자는 눈치 보느라 줄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의 문제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전반적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우선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이 정립돼야 한다. 한때 오장풍 교사 사건(2010년)으로 체벌을 금지, 그 이후 체벌을 제한하는 제도들이 하나 둘 생기고, 선생님들의 체벌은 사라지고 있다. 반면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존경과 경의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은 그런 대상도 아니고 ‘담탱이’, ‘담돌이’,‘담순이’ 같은 은어로 표현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발표한 ‘2017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204건)보다 약 2.5배 늘었다. 지난해 전체 교권 침해 중 학부모에 의한 사례는 267건으로 절반 이상이며, 학부모들은 주로 학생지도(115건), 학교폭력(49건), 학교안전사고(30건)에 대한 불만으로 교권을 침해했다.

학생·학부모의 인식 제고가 우선돼야 교권이 회복될 수 있으며, 교육 현장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조정할 제도와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 체벌이 아니고 구타로 가르치는 교사는 징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통제하거나 통제할 수단이 점차 줄면서 이기적인 학생들과 선생님은 지금도 현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생활기록부의 정정사항은 학부모의 이의제기 필수사항이라고 한다. 자식의 앞길을 막는 교사는 응징의 대상이 됐다. 스승의날도, 꽃을 학생회가 주면 괜찮고 학생 개인이 주면 부정청탁법에 저촉이 된단다.

그러니 선생님들은 그 스승의날조차도 부담스럽다. 다 불편하다면 스승의날을 없애고 그날 하루 공휴일로 정해 선생님들을 쉬게 하자. 이것이 작금의 교육 현실인데도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운다고 거창한 제도를, 기획자들은 교육 현장으로 마구 마구 내려 보내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고 인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고자 한다면 학부모가 교사의 사기를 높이고, 학교 관리자는 교사의 열정에 불을 붙이며, 교사와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정책이 어우러질 때,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진정 행복한 미래를 만들 힘을 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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