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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석승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역사적인 북한과 미국 간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에는 현재 활발한 사전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핵심의제가 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발언과 조치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억류해 왔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 등에 대해 ‘선의의 신호’라 호평(好評)하면서 "북한과의 회담에서 검증가능한 비핵화와 안전보장, 제재 해제문제를 논의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런가 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14일에는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회견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있을 것"이라 역설하면서 "북한이 당초 약속대로 비핵화만 완수한다면 체제보장은 물론이고 경제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존 볼튼’ 보좌관도 지난 14일 CNN 방송의 ‘연두교서’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이행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번영하게 될 것"이라 장담했다.

 이런 미국의 대통령 및 주요 당국자의 긍정적인 발언에 화답(和答)이라도 하듯 북한당국도 예전과는 달리 ‘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북한 ‘외무성’이 지난 12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모든 핵실험장을 오는 23일에서 25일 사이에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즉 외무성은 이 실험장 내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무너뜨리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한 뒤, 관측설비와 연구소 등 지상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발표는 지난달 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개발 공정이 완료됐다"고 공언하면서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북한이 단순하게 문을 닫는 수준을 넘어 모든 갱도를 붕괴시키기로 한 것으로, 자못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당국이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 유엔의 관계자와 각국의 주요 언론인을 초청하겠다면서도 정작 국제사회의 핵 전문가들을 제외시킨 것은 핵사찰 및 충분한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 간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입장과 조치를 밝히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 하겠다.

 문제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의제로 다뤄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문제’가 소기의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고개와 산이 많다는 점에 있다. 우선 북한이 현실적으로 핵폭탄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이 만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북한당국이 신고하는 것 자체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검증해야 하는 것 등이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 ‘완전한 비핵화’의 관건으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을 자체적으로 폐기하게 하는 것보다는 한반도 밖으로 옮겨 국제적 검증체계 아래에서 폐기하는 것이 보다 실증적이고 투명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함한 핵물질, 그리고 생화학무기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 전체를 빠른 시일 내에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조치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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