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등을 통해 잡종지나 공장용지 등을 빌려 사업장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수법으로 66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폐기물처리업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 사진 = 연합뉴스
▲ 사진 = 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동두천지역 조직폭력배 김모(39)씨 등 5명을 구속하고, 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대표인 또 다른 김모(52)씨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경기도내 일대 잡종지와 공장용지 등 18곳, 10만5천600여㎡를 지인 등 ‘바지사장’ 명의로 빌린 뒤 토지주 몰래 사업장 폐기물 4만5천t을 불법 투기하고 달아나 6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체,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이들은 서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폐기물 수집·운반업체는 폐기물 배출자에게서 25t 차량 한 대당 225만∼245만 원에 처리계약을 맺어 놓고, 다시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체에 180만∼200만 원에 폐기물 처리를 위탁했다.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체는 운전기사를 고용, 조폭들이 남의 땅을 빌려 운영하는 하치장으로 폐기물을 운반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조폭에게는 차량 한 대당 100만∼120만 원을, 운전기사에게는 30만∼45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번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조폭들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6개 파 조직원 8명으로, 친구와 후배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도내의 잡종지, 공장용지 등을 빌릴 때는 "폐의류 재활용 사업을 할 계획인데, 사업 준비기간 적치 장소가 필요하다"며 토지주들을 속여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을 맺고 폐기물 하치장으로 활용했다.

빌린 땅에 높이 4∼6m의 가림막을 설치한 뒤 한 달여간 집중적으로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버린 폐기물은 폐비닐, 장판, 전선 등으로 재활용은 물론 매립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현재로선 폐기물 처리 책임이 토지주에게 있지만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들어 여전히 18곳의 투기장소 중 17곳에 폐기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은 보증금의 일부만 계약금으로 내는 대신 비교적 비싼 월세를 치르는 조건으로 땅을 빌려 놓고, 보증금 잔금 및 다음 달 월세 지급일이 도래하기 전에 범행을 마치고 도주했다"며 "바지사장들에게는 적발에 대비, ‘수사기관 조사 시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하라’는 내용의 매뉴얼도 숙지시켰다"고 말했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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