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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전오 인천연구원
나의 전공은 생태학이다. 생태학은 생물과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생물이 어떤 조건에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는지를 탐구한다. 따라서 그 조건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환경 복원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인천에서 직장을 구하고 연구를 시작하면서 연구원의 선배들로부터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은 것은 연구를 1∼2년 할 것도 아닌데 초반부터 도시 구석구석을 그리도 많이 돌아다니냐는 것이었다. 연구원에 차분히 앉아 연구하지 않고 출장을 많이 다닌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생태학의 원리처럼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살아가는 우리의 도시환경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기본을 알아야 연구를 시작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 진행했던 답사였고 대학원 교육과정에서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학풍이었기에 진행한 답사였으므로 내가 왜 그리도 서둘러 많은 답사를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주변 선배들에게 설명할 논리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나의 연구방법은 간단하다. 주제가 주어지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을 먼저 정리한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본다. 현장을 답사하면서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한다. 현장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들을 함께 답사하는 직원에게 수다스럽게 이야기하면서 또 메모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현장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대부분 정리한다. 사실 현장에서 보고서의 대부분을 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원 책상에 앉아 관련 자료를 찾는다. 관련 법과 조례, 유사한 사례 등을 찾는다. 현장에서 도출한 아이디어 중 버릴 것은 버리고 체계적으로 아이디어를 배열하고 글을 쓴다.

 글쓰기는 어려서부터 해왔지만 언제나 힘이 드는 작업이다. 보고서 글쓰기는 직접 한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연구의 모든 과정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주어진 주제에 대해 더 깊게 통찰하는 과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통해 나의 통찰력이 하루하루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 힘들면서 즐거운 과정을 직원들에게 양보하지 않는 때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은 서울에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서울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서울에서 활동한다. 서울에서 전국을 바라보고 서울에서 세계와 연결하고 있다. 즉, 자신이 공부하는 서울이라는 공간에 부지불식간에 갖혀서 서울의 관점에서 전국의 모든 도시를 바라보게 된다.

 서울에서 공부한 사람이 지역에 와서 서울 한강처럼 하천에 고수부지를 만들고 서울의 가로수와 같은 수종을 심고 서울과 유사한 도시경관을 복사하듯 자기도시에 만들고 있다. 혹자는 작은 나라에서 서울과 인천이 무엇이 그리 달라야 하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10여 년 살아보고 연구대상지가 되어준 인천은 서울과 많이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계획하고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길은 요원해질지 모른다.

  백제의 시작을 알리는 비류와 온조 두 형제의 이야기에서부터 다르다. 내륙도시를 지향하는 서울과 해양도시를 지향하는 인천이 다르다. 더 넓은 갯벌과 수많은 생명이 넘치는 인천이 서울과 다르다. 168개의 섬으로 구성된 공간적 다양성이 서울과 다르다. 아름다운 석양이 물드는 서해가 다르고,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다르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하여 기본적인 공부가 끝나면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서 활동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진짜 공부는 지역에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살고 있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서울이나 세계 여러 도시의 우수사례를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재해석해서 자신과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자기 도시에서의 삶의 모습을 바꾸는 노력에서 진짜 공부가 시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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