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불과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이번 월드컵은 다음 달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러시아 카잔, 소치 등 11개 도시에서 열린다. 한국은 독일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죽음의 F조’에 속했다. 영원한 맞수인 일본은 폴란드, 세네갈, 콜롬비아와 함께 ‘H조’에 포함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 14일 토트넘의 손흥민, 스완지시티의 기성용, 아우크스부르크의 구자철 등 총 28명의 선수로 꾸려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어찌된 영문인 지 여느 때와 달리 국내 축구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유인 즉슨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외에서 급격하게 펼쳐지고 있는 정치 및 지정학적 상황에 더 크게 주목도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6월 12일은 싱가포르에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다음 날인 6월 13일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두 행사는 한반도 정세에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중요한 시험을 치른 수험생 심정으로 좋은 성적표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이런 굵직한 행사에 앞서서는 ‘미투운동’,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제3차 남북정상회담’, ‘드루킹 사건’ 등으로 국내 정치적 상황이 정신 없이 지나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부터 ‘5월 장미대선’을 거쳐 일 년간 우리 국민들은 격변기에 놓인 한국사회의 역사적 현장을 숨 가쁘게 걸어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적 행사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나라와 4∼6시간 정도 시차가 나는 러시아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를 한국시간으로 따지면 주요 경기가 열릴 때가 오후 6시에서 자정 전후가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치맥을 먹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불운한 대진 운으로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지난 일 년간 바쁘게 살아온 우리 국민들이 지금이라도 잠시 한눈을 팔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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