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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연 인하대 교수

4·27 판문점 선언은 감동이었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했다.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다짐했다.

 이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 간의 담판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회담을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 취소, 북미정상회담 무산가능성 시사,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기자단 명단접수 거부 등 강공책을 들고 나왔다. 미국은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북한에는 지도자를 축출한 리비아식 핵폐기 모델이 아니라 김정은 체제를 보장하는 트럼프식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말한다.

 요 며칠의 이런 상황을 보며 판문점 회담에서 김정은의 언행은 쇼에 불과했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등의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들은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반세기 이상 휴전상태였던 남과 북이 손을 잡으려 하고, 덩치 큰 훈수꾼인 미국과 중국이 깊숙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 정도의 반작용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둘러싸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북한은 핵폐기에 나서며 변화를 선택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에 나선다면 곧바로 경제문제가 부각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핵폐기에 나서려는 것은 김정은 체제 보장과 함께 내부 경제문제의 해결에 그 목적이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경제를 돕는 것이 시혜적 차원을 넘어서 경제논리에 따른 투자목적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 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경제개발을 통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간다면 세 가지 형태의 경제협력이 추진될 것이다. 우선 개성공단과 같이 남측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이 결합된 형태다. 가장 기본적인 남북경협인 이 방식이 확대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철도, 도로, 전기 등 북한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다. 지나치게 낙후된 북한의 인프라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다. 김정은 스스로가 낡아서 민망하다고 말한 철도를 예로 들면, 북한 철도를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은 15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 번째 경제협력 모델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국경지역에서의 다국적 경제협력이다.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두만강 접경 국가들이 중심이 돼 추진된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징적인 성과가 못나오고 있다. 북·중 양국의 국가급 프로젝트로서 주목을 받아온 압록강 유역 황금평 개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이 본격화된다면 이러한 국경지역 다국적 협력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경제의 초기 개발 과정에 있어서는 다국적 자본이 대거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의 자금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다국적 자본이나 국제개발은행 자금의 적극적 활용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앞당길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자금 활용은 북한체제가 개혁·개방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막을 안전판의 역할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과 북이 지켜야 할 하나의 대전제가 있다. 그것은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참여 속에 북한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 중심축은 남과 북이 쌓아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한반도 평화의 물꼬를 트는 데에는 미국과 중국의 역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 북한 경제개발 과정은 다국적 자본의 도입을 전제로 남과 북이 주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대외개방적이며 남북이 공동번영하는 한반도 경제공동체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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