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핵심 전략산업이 ‘외풍(外風)’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지역 자동차산업의 주춧돌인 한국지엠(GM)이 부도위기로 휘청하더니 이번에는 바이오산업이 기우뚱거린다. 한국지엠은 경영 정상화 조치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그런데 양대 축의 하나인 바이오산업이 말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논란이다. 이 사태로 셀트리온은 물론 지역의 바이오산업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지엠 살리기에는 지역사회 전체가 나선 반면 위기의 바이오산업 앞에서는 아주 조용하다. 지역 수출과 청년 일자리를 이끄는 업종인데도 말이다.

본보는 지역 바이오산업의 잠재력과 육성 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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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2003년 3월 셀트리온은 송도국제도시(4공구)에 연간 5만L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신축에 들어갔다. ‘송도 바이오프런트 시대’의 서막이었다. 곧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한 삼성그룹이 나섰다.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그해 5월 생산능력 3만L 규모의 1공장을 착공했다. 2014년 5월에는 7천500L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춘 동아쏘시오그룹의 디엠바이오 공장이 들어섰다.

20일 현재 송도국제도시에는 50여 개 바이오 관련 기업 및 연구·지원기관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차지한 땅만 해도 대략 100만㎡에 이른다. 앞으로 송도 11공구에도 비슷한 규모의 바이오집적단지(99만∼132만㎡)가 조성될 예정이다. 지역 바이오 관련 종사자도 기존 4천여 명에서 1만여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절반은 송도 5공구의 삼성바이오와 관계사인 바이오에피스에 근무한다. 삼성바이오 1·2·3공장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연간 36만L로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2004년부터 시작된 송도 바이오프런트 사업이 일궈 낸 성과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3년 전 있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철퇴를 내렸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지분 91.2%를 보유한 바이오에피스를 연결재무제표에서 제외하고 관계기업 투자주식으로 분류해 보유지분을 취득가격(2천905억 원)이 아닌 시장가격(4조8천806억 원)으로 평가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은 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99.9% 행사할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능성을 전제로 한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절차였다"고 수차례 해명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사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 대장주들의 주식과 시가총액은 금융당국의 감리 영향 등으로 곤두박질쳤다. 지역 바이오산업을 견인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국내외 신뢰도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7일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제 대로 바이오에피스 지분 중 최대 49.9%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을 6월 29일까지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실행하면 삼성바이오와 공동 경영체계를 구축한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금감원이 판단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부정 의혹 관련 핵심 쟁점이어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관계자는 "콜옵션이 행사돼도 일방의 독단적인 경영은 불가능한 구조"라며 "앞으로도 감리위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소명하고 혐의를 벗어 지역 바이오산업을 견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종국 기자 k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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