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 통로변에서 50대로 보이는 남성 노숙인이 술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 수원역 통로변에서 50대로 보이는 남성 노숙인이 술냄새를 풍기며 앉아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지난 18일 오후 3시께 수원역 2층 대합실 밖 통로. 이날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통로변에서 50대로 보이는 남성 노숙인이 철제 담장에 기대어 바지를 내린 뒤 주변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변을 보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노숙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술냄새도 났다. 통로를 걸어가던 여성들은 노상방뇨를 일삼는 노숙인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반대편 벽면 쪽으로 붙어서 피해다녔다.

같은 시각 수원역 환승센터 지상 2층 연결통로에서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남성 노숙인이 버스를 타려고 지나다니는 시민들 옆에서 담배를 손에 물고 버젓이 흡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불과 5m 떨어져 있는 거리에 ‘금연구역’이라는 안내스티커가 부착돼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노숙인은 연달아 담배 세 개비를 피다가 뒤늦게 멀리서 흡연단속반이 보이자 그 자리에 담배를 버리고 대합실 안으로 줄행랑을 쳤다.

대학생 이민희(21·여)씨는 "밤에 잠을 잘 곳을 찾아 더 많은 노숙인들이 찾아온다"며 "밤에 모여 술을 마시거나 이미 취해 있는 노숙인들을 많이 봤다. 노숙인들끼리 큰소리로 싸우기도 해 지나다닐 때마다 무섭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연일 폭우가 쏟아지면서 하루 유동인구가 25만 명에 달하는 ‘경기남부 최대 교통요충지’인 수원역 일대 건물 안으로 비를 피하려는 노숙인들이 몰리면서 시민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고 있다.

지자체는 노숙인들에게 자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원역 일대를 전전해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수원지역 내에 체류 중인 노숙인 수는 105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수원역에는 36명(37.8%)의 노숙인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나머지 69명(62.2%)은 인근 지하철 1호선인 화서역과 세류역, 성균관대역을 비롯해 장안문·팔달문·화성행궁·팔달산 등 주변 공원 및 문화재 주변에 기거하고 있다.

문제는 이달 중순부터 이른 더위와 국지성 호우가 찾아오면서 궂은 날씨에 비교적 건물 안으로 대피가 용이한 수원역 일대로 노숙인들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 취재진이 이날 2시간가량 수원역 일대를 살펴본 결과 수원역 대합실 및 수원역 환승센터 인근 통로, 수원역 고가차도 하부공간, 수원역 지하상가 계단 등에 노숙인들이 터를 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원시 재활지원팀 관계자는 "수원역에는 노숙인이 많아 근처에 임시 보호시설을 만들어 입을 옷과 샤워시설, 잠잘 곳 등을 제공하고 자활 프로그램을 권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 노숙인이 장기간의 노숙생활에 익숙해져 이를 거절하면서 참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박종현 인턴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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