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교외에서 벌에 쏘이거나 쏘일 뻔한 기억이 있을 테다. 무방비 상태에서 벌에 쏘이면 바늘로 피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과 국소적인 마비, 피부 발진이 일어난다. 참을 만한 얼얼함은 꿀벌의 경우에 해당된다. 땅벌, 말벌, 장수말벌에 쏘이면 심한 부종과 구토, 설사, 어지럼증을 동반해 급기야 호흡곤란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꿀벌의 독침이 10이라고 하면 땅벌은 100, 말벌은 500, 장수말벌은 1만 배가 강한 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평생 피하고 싶은 이런 독충을 상대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극한의 직업이다. 꿀벌을 상대로 한 양봉이야 보편적이어서 극한의 삶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없다. 높은 나무에서 절벽 바위틈에서 자연의 꿀을 채취하는 목청꾼과 석청꾼이 그 주인공이다.

 그나마 한국의 독충 사냥꾼은 방충망과 안전 보호망, 전신 작업복, 등산장비, 해충 분사기 등 특화된 장비를 저마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목청꾼은 사정이 다르다. 1년 중 5월 한철만 채취할 수 있는 천연 꿀을 얻기 위해 높이 50∼70m의 나무를 맨손, 맨발로 오르는 그들이다. 얇은 옷가지를 얼굴에 두르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연기를 뿜는 다발을 들고 목표물에 다가간다. 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벌집에는 국내 토종벌보다 3배는 크고 독성은 5배나 강한 초대형 벌 약 10만 마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벌집에 이르면 수천 마리의 벌들이 일제히 그를 공격한다. 생지옥이다. 사투다. 얼굴과 목, 손과 발, 의복이 닿지 않아 노출된 피부는 수백 방의 벌침으로 벌겋게 달아 오른다. 독에 내성이 생긴 그이지만 극렬한 벌의 저항에 나무 줄기를 온 몸으로 부여 잡고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동료들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연기를 더 많이 피우는 정도다. 벌집을 건드린 지 2시간쯤 지나면 벌의 공격도 수그러든다. 그는 칼을 꺼내 벌집을 잘라내고 목청을 손에 넣는다. 이렇게 목숨을 걸고 얻은 귀한 꿀은 한국과 유럽으로 수출되고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그의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는 데 쓰인다.

 극한의 직업이란 목숨과 생계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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