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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현 (사)불교아카데미 전 이사장
높은 산에 오르다 보면 잠시 쉬어야지 하는 곳에는 꼭 절이 있습니다. 높은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을 따라 걷다 보면 꼭 절이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둘레길도 한참을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과 만나는 곳에 꼭 절이 있습니다. 오르다가 또는 걷다가 만나는 절에는 많은 전각과 탑 그리고 불상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민속촌이 아닙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국보나 보물 같은 문화재를 간직한 뜻깊은 곳입니다.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보시고 쉬어 가시는 여유가 있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대략 140여 개의 종단이 있으므로 이 절이 대한불교 조계종인지, 한국불교 태고종인지, 대한불교 천태종인지, 어느 종단의 소속 사찰인지는 모르셔도 됩니다. 그 절 안에 있는 각각의 법당들이 신라, 고려, 조선의 언제 어떻게 어떤 양식으로 누가 창건하고 중창하였는지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웅전 안에 계신 석가모니,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지장전 안에 계신 지장보살, 무독귀왕, 도명존자가 누구인지 모르더라도 약사전 안에 계신 약사여래, 일광보살, 월광보살이 누구인지 몰라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이 무엇인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가 뜻이 무엇인지 ‘아제 아제 바라아제’가 무엇을 뜻하는 불교 용어인지 모르더라도 지금까지 살면서 흔들렸던 나의 초심을 내려가실 때는 새롭게 생긴 마음으로 바꾸어서 마음속에 가득 담아 하산하실 수 있도록 법당 안에 들어가 앉아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가 있었으면 합니다.

 천년 전에 내가 잠시 쉬어가는 이 절을 어떤 사람이 그 당시에 어떠한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험준하고 험악한 높은 산을 찾아 위험하게 흐르는 물을 피해서 많은 자재와 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절을 세우고 그 안에 부처님을 모시고 불공을 드리며 소원을 이루기 위해 보시하였을까. 천년 전의 그 분에 대한 생각을 잠깐동안 쉬어 가시면서 함께 나누어 보시기 바라며 그 절을 지금까지 지켜온 사부대중의 마음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사찰은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도량입니다. 도량 안에는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있는 것이 없으며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여도 이곳저곳 둘러보시면 훌륭한 가르침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절을 찾아가실 때에는 법당 안에 ‘등’을 밝히셔서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시고 ‘향’을 피우시어 번뇌와 속박을 벗어난 나의 참모습을 보시고 ‘차’를 올리면서 윤회의 시달림에서 벗어 나시고 ‘꽃’을 드리면서 인연의 법을 깨달으시고 ‘과일’을 공양하면서 부처님의 지혜를 받으시고 ‘곡식’을 공양하면서 배고픔에서 영원히 벗어나기 위해서 육법공양을 하시기 바랍니다.

 요즈음 지난 MBC PD수첩에서 ‘큰스님에게 묻는다’가 정규방송에서 방영되어 대한불교 조계종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불교계의 일부 출가스님들과 일부 불량한 재가불자들이 남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면서 사부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출가자인 비구와 비구니, 재가자인 우바새와 우바이. 비구스님과 비구니스님은 속세를 떠나 출가하여 구족계(비구250계 비구니348계)를 받았으며 우바새와 우바이는 삼보에 귀의해 오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출가자는 재가자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재가자는 출가자 행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출가자는 부처님 뜻을 따르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용맹정진하여 주시고 재가자는 자신을 낮추는 하심을 다시 한 번 일으켜 보고자 가행정진하여 주시고 그렇게 정진하는 마음으로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철스님께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법정스님께서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지네."

 이러한 가르침을 주시고 입적하셨습니다. 모든 분들께서는 큰스님들이 하신 법문을 다시 한 번 귀 담아 들으시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담겨 있다"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소임에 따라 나쁜 행동을 하지 말고 이 세상에 아수라가 존재하지 않도록 좋은 행동을 위해서 마음 수행을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인연 맺은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한 부처님 미소가 가득 비추어지길 소원드리며 불기 2562년 부처님오신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맞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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