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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교수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앞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차선을 지키지 않고 주행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하게 된다. 대부분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DMB 시청을 하는 등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전방주시 태만’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가 딴청을 피우느라 전방주시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내비게이션을 확인하기 위해 전방에서 고개를 돌리거나, 계기판을 확인할 때 전방주시를 놓칠 때가 있다. 특히 운전이 미숙한 초보운전자의 경우 이러한 ‘필연적’ 주시 태만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2016년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2명 중 1명은 전방주시 태만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100㎞로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는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단 2초 동안 자동차는 그대로 약 50m를 내달린다. 2초 동안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찰나의 순간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비게이션 사용이 필수가 된 시대에서 전방주시 의무를 오로지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속도 등 계기판 정보를 확인하는 일은 주행 중에도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다고 고속도로에서 운전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서행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제 아무리 베테랑 운전자라 할지라도 계기판과 내비게이션은 운전자의 전방 시야에 놓여있지 않아서 밑에 있거나 옆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사이드 미러 등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일도 운전 중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어서 더욱 전방주시의 의무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도 안전한 주행 환경을 위한 노력을 함께 지속해야 하며 운전자들도 안전장치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전방주시 습관을 길러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능동식 안전장치 탑재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는 바로 전방주시 의무를 얼마나 제대로 확인하는가가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안전 장치가 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 Head-Up-Display, 이하 HUD)’다. HUD는 속도, 연료 잔량, 길 안내 정보 등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운전자 전면에 투영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장치로서, 처음에는 전투기 조종사의 전방 목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군용 목적으로 개발됐다.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고속도로 사고율이 점점 높아지자 2003년 BMW를 시작으로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이 HUD를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2년 기아 K9을 시작으로 고급 세단뿐만 아니라 기아 K7, 르노삼성 SM6 등 준중형 차량과 현대 ‘코나’ 등 소형차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불스원이 운전자 바로 앞 유리창에 화면을 직접 투사하는 전면 유리 반사식 제품을 선보여 반사판이나 반사 필름이 필요 없는 간편한 설치와 화면 떨림 없이 안정적이고 선명한 화질로 주목 받고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해 사고가 많이 나는 만큼 HUD의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내비게이션 어플과 연동해 길 안내가 가능한 것은 물론 최근의 HUD 제품들은 문자 및 메신저 내용, 전화 발신자 표시, 음악정보 등이 전방에 표시돼 운전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전방주시 습관을 기를 수 있다. 사고는 언제 어느 순간에나 발생할 수 있기에 운전자는 늘 안전의무를 지켜야 하고, 자동차 업계는 좀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조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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