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실은 5만t급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21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실은 5만t급 자동차 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21일 오전 인천항 내항 1부두에 정박 중인 5만t급 자동차 운반선에서 발생한 화재는 초기 진압 실패로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창문과 출입구가 없는 자동차 운반선 구조상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외벽을 뚫고 불을 끌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오전 9시39분에 발생한 화재는 이날 오후 7시 현재까지도 불길이 잡지 못했다.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파나마 국적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호(5만2천422t급)는 길이 199m, 폭 32m, 높이 18m, 13층 규모로 선미에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대형 문만 있고 창문이나 출입구는 거의 없다.

 선박 내부는 승합차나 트럭이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아 겨우 승용차만 실을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초기 화재 진압이 이루어지지 않아 온 종일 불이 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9시39분 11층 선수 부분의 차량 내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하역사 직원들은 선박 내에 비치된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10시가 조금 넘어 소방관들이 투입돼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설비를 활용해 진압을 시도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12시30분께 선박 중앙부 일부를 절단하고 선박 안으로 진입하려고 했으나 철판을 뜯어내자 파이프로 가로 막혀 있어 진입을 하지 못했다. 선미 부분도 열기가 심해 진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소방차 수십 대와 소방헬기까지 동원돼 물을 뿌렸지만 선체 외벽을 식히는 역할만 할 뿐이었다. 그 사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오토배너호 11층에는 중고차 200대를 비롯해 1∼4층에 900대, 13층에 500대 등이 총 2천100대의 차량이 적재돼 있었다.

지역의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11층부터 불길이 위로 치솟으면서 윗층에 실린 차량으로 번졌을 것"이라며 "자동차는 타이어부터 각종 오일과 합성 시트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폭발 위험성이 있어 배에 실린 차량이 전부 타기 전까지는 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왜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초기 진압이 늦어진 이유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화재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미 고박 작업을 마친 상태다. 불은 이들 차량 내부에서 처음 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동차 운반선에 선적되기에 앞서 야적장에 오래 적치된 차량 내에 먼지가 쌓이면서 오일이 누유된 곳과 맞닿았는데, 차량을 배로 싣는 과정에서 과열된 차량 엔진 부분 주변에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역사 한 관계자는 "차를 배에 실으면 자동차 키를 빼 운전석 옆에 두기 때문에 누전이나 스파크는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번 선박 화재의 원인으로 ▶냉각수 부족 ▶선박 내 누전 ▶담뱃불 등 실화(失火) 가능성까지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다.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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