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실은 5만t급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해양경찰 선박이 화재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21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실은 5만t급 자동차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해양경찰 선박이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항 갑문 축조 100주년을 맞는 올해 인천내항에서 최악의 선박화재가 일어났다. 21일 오전 9시 39분께 내항 1부두 11번 선석에 수출용 중고자동차 2천여 대를 싣던 파나마 국적 자동차 운반선(5만2천422t급)에서 불이 났다. 온종일 불길을 이어간 이날 화재로 선사와 화주, 포워딩사, 하역사 간 법적 책임 공방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3·19면>

운반선 선체에 대한 피해 보상은 보험에 가입된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중고자동차, 특히 수출용은 국내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아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선박의 유류 오염, 선원 안전 등과 관련된 보험은 강제사항이지만 화물보험은 선주와 화주 간 협의로 정해진다. 때문에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산하기관 등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


불에 탄 수출용 중고자동차는 바이어들이 선적 당시 화물대금을 지급한 상태로, 보상 문제를 놓고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화재 원인에 따라 중고자동차의 보상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운반선에 실린 중고자동차가 전부 탔다고 가정할 경우 피해액만 약 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바이어도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어들을 대신해 선박 용선을 도운 메인 포워더가 선사에 화물 손상에 대한 보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물 선적을 맡은 포워딩 업체는 A사 등 3곳이다. 선사는 외국적 선박을 용선했더라도 책임은 져야 한다.

특히 이 운반선은 "선령 30년이 된 노후 선박으로, 앞으로 3항차를 운항한 뒤 폐선할 계획이었다"는 선박대리점 한 관계자의 말에 따라 이번 선박 화재는 노후로 인한 누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적 작업을 한 하역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화재는 선적 작업의 하나인 고박(라씽)을 한 지 1시간 뒤에 발생한 만큼 하역사는 일단 책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발화 원인 등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실수로 운반선에 실은 중고자동차의 시동을 끄지 않아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해당 업체들은 발화 원인 조사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화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인천항만 관계자는 "화물 손상에 따른 보상은 발화 원인이 중요하다"며 "조사 결과에 따른 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불이 난 운반선은 현대글로비스가 용선한 파나마 국적 ‘오토배너’호로, 지난 19일 오전 인천항에 입항해 4천여 대의 중고수출차를 싣고 22일 리비아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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