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여러 가지 일로 피곤해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내가 사무국장 직책을 맡고 있는 한 단체의 회장님.

 오늘 행사가 있으니 가까이 있다면 바로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전날 한 모금의 술도 마시지 않았지만 비몽사몽. 잠시 앉아 있다 부지런히 닦고 씻고 집을 나섰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이 팔을 다쳤다고 말한다.

 곧바로 아들에게 달려가 병원에 데리고 가니 골절이나 큰 부상은 아니지만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는 진찰결과가 나왔다. 아들을 공부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와 내 서재 겸 아내가 기도하는 방에 무심코 앉았다. 벽 정면에 어릴 적 아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어린시절에는 무엇을 하든지 무조건 예쁘게만 보였던 아들. 커 가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욕을 하고 화를 내며 미워한 그 아들에게 안스럽기만 하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자신의 세월이 흘러간 것을 무심코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불현듯 이제부터는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결심해 본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예전에 잘 알고 지내던 분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말년에 행복한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니 이제부터라도 덕을 많이 지어야 한다."

 주변을 보면 젊어서는 부귀영화를 누리던 사람이 마지막에는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을 간혹 보았다. 며칠 전 친구 아내로부터 젊어졌고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은 나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습관으로 바뀌어 가고 경제적으로 크게 베풀 수는 없지만 마음만이라도 남을 배려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잘난 척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산다면 결국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기에 모든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면 ‘나보다도 상대방을 위한 삶을 살아라’. 욕심 없는 인생이 곧 행복이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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