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인천항 부두에 정박 중이던 5만t급 자동차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중구 일대는 삽시간에 시커먼 매연으로 뒤덮혔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우왕좌왕만 할 뿐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행동요령이나 대피 안내 등 기초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한다.

마땅히 재난이 발생하면 안전당국에 의한 별도의 주민 대피 안내나 행동 요령 전파 등 현장 지도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러한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인천항 1부두 선박화재 및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안전에 주의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자 발송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대형참사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이번 인천항 선박 화재 사고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중구 일대를 비롯해 남구와 연수구 등 시내 전역 주민들이 매연으로 불편을 겪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당하는 화재 등 재난은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이러한 재난에 신속히 대응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구성된 재난 안전 당국이다. 시민들은 유독성 연기에 그대로 노출돼 피해를 호소했지만 유사시에 작동해야 하는 재난안전본부는 유관기관들 간의 협조나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진화가 늦어지자 화재 현장 주변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검은 연기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유독성 연기에 그대로 노출됐고 매연은 신포역 등 지하철역 안으로 빨려들어가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번 인천항 선박화재 발생 시에 재난수습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하는 인천시 재난안전본부가 제구실을 못한 것이다. 또 한 번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박 화재 발생 초기 진압 실패로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창문과 출입구가 없는 운반선이기에 외벽을 뚫어야 했다.

 만약 배 안에 승선 인원이 많았다면, 게다가 항해 도중이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언제나 똑같이 잘못된 우를 범하고도 이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고 전철을 다시 밟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사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지는 이미 오래다. 누차 강조하지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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