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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중구 인천항 1부두에서 수출용 중고차를 실은 5만t급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구 도심 일대가 진한 회색빛 연기에 휩싸여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고무 타는 냄새가 역겹게 나는데 혹시 우리 아파트에 큰 불이 났습니까?"

인천항 내항 1부두에서 발생한 중고자동차 운반선 화재<본보 5월 22일자 1·3·19면 보도> 여파로 시민들은 밤새 불안에 떨어야 했다.

타이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인천항 주변의 중·동구는 물론 수십㎞ 떨어진 남동지역 주택까지 퍼져 나가 주민들이 소방서에 화재 오인 신고를 하는 등 늦은 밤까지 불안과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인천소방본부에는 연기나 타는 냄새 등을 화재로 오인한 신고가 21일 늦은 오후부터 22일 오전까지 밤새 200여 건에 달했다. 인천시와 각 구에도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50여 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민원은 주로 "동네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거나 "불이 난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다.

인천항 주변인 수인선 신포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A(87)할머니는 "집에 혼자 누워 있는데 타는 냄새가 나 서둘러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둘러보고 문단속도 했다"며 "그런데도 숨을 쉴 수 없는 역한 냄새와 연기로 아파트에 불이 난 것은 아닌가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할머니는 호흡기 불편을 호소했다.

용현동에 거주하는 박모(50·여)씨는 "밤 12시 넘어 집에 들어갔는데 고무 타는 냄새가 집 안에서 역하게 나 불이 난 줄 알았다"며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여서 창문을 모두 닫고 환풍기 등을 돌렸지만 아침까지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연수·남동구 등 인천항과 거리가 먼 지역에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 잇따랐다.

구월동의 한 주민(31)은 "밤늦게 집 주변을 걷다 고무 타는 냄새가 나 처음에는 근처 자동차가 잘못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서야 인천항 화재 사실을 들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슷한 불편을 겪은 글이 많이 올라왔는데 냄새가 여기까지 왔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 의심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확인해 보면 인천항에서 넘어온 연기와 냄새를 화재로 오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주로 남구와 중구 등에서 신고가 집중됐지만, 송도국제도시·부평구·계양구 등 전 지역에 걸쳐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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