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고 싶은 청년들이여, 수원으로 오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전담 부서를 꾸린 수원시가 다양한 분야의 청년사업을 지원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포세대’, ‘헬조선’ 등으로 상징되는 2030 청년세대의 기(氣)를 팍팍 살려주기 위해 ‘청년 신나고 호감 가는 더 큰 수원’의 줄임말인 ‘청신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면서 만든 ‘수원형 청년정책’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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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 청년바람지대 전경.<수원시 제공>
#전국 최초의 ‘청년정책관’ 신설

‘청년실업자 100만 명 시대.’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오늘도 구직사이트에 접속해 이력서 넣을 회사를 찾고 있는 불행한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높은 취업 장벽에 안정적인 직장이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사회의 청년들은 자발적 공시족의 길을 선택하며 ‘어른 꼰대’들에게 도전의식이 사라졌다는 핀잔마저 듣고 있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 체감온도는 제로에 가깝다.

 수원시는 암울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인구를 미래에 도시경쟁력을 키워 나갈 ‘핵심 자원’으로 전망했다.

 시는 전체 주민 수 120만2천310명으로, 청년인구(19∼39세)는 39만8천937명(33.2%)에 달한다. 청년비율이 전국 대비 3.58%나 높은 것이다. 전체 주민 수 34만9천281명이 사는 영통구는 평균연령이 33.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 4천985만5천796명으로 19∼39세 청년인구는 1천475만6천119명(29.6%)을 차지한다. 경기도 인구수는 1천219만9천257명으로 청년인구는 360만6천946명(29.57%)을 차지해 전국 평균 수준을 웃돈다. 비슷한 규모의 광역단체인 서울시는 전체 주민 수 947만339명 중 304만3천662명(32.1%)의 청년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수원시는 미래에 지역을 이끌어 나갈 청년인재들을 키워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을 갖고 과감한 결심을 단행한다. 바로 전국 최초로 ‘청년정책관’ 부서를 신설한 것이다. 2016년 2월 5급 사무관이 주무과장인 ‘청년정책관’ 부서를 만들고 청년정책팀·청년지원팀 등 2개 팀을 꾸렸다. 이 부서는 중장기적인 청년정책을 발굴·추진한다.

 1과장·2팀장 체제인 청년정책관 부서는 갓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신참부터 베테랑 주무관까지 총 10명의 ‘늘공(늘 공무원)’이 취업 절벽에서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희망을 안겨 주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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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시가 지원하고 있는 청년 푸드트럭 운영자들.
수원청년! 움(WU:M)트다

‘청년과 함께(With youth)’, ‘청년을 이해하고(Understanding youth)’, ‘간섭하지 않는(nor Meddle)’. 수원시가 청년이 살맛 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운 수원형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을 정한 시는 발 빠르게 4대 추진전략을 수립한다. 정책기조는 청년다움·발돋움·비움채움·즐거움이다.

 주요 사업 내용은 ▶청년다움은 청년 권리 보장 및 인권 보호, 청년의 심신 건강 ▶발돋움은 일자리 기회 확대 플랫폼 형성, 꿈과 비전을 실현해 주는 사회관계망 형성 ▶비움채움은 청년 자립 기반 강화, 청년주거 지원 ▶즐거움은 지역청년 문화·예술 인프라 구축, 청년 네트워크 확대 등이다.

 시는 이러한 4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33개 세부사업을 세웠다. 청년다움 분야에서는 ▶청년공간 ‘청년바람지대’ 활성화 ▶2018 수원청년아카데미 ▶열정페이 근절대책 ▶찾아가는 청년 무료 인권·법률상담 등을, 발돋움 분야는 ▶청년창업 푸드트럭 사업 추진 ▶수원 창업아이디어 오디션 ▶청년 해외 취업 프로그램 운영 ▶이주배경 청년 기술력 향상 및 전문가 양성 등이다.

 비움채움 분야의 경우 ▶취업 준비 청년 면접정장 대여사업 ▶미취업 청년 교통비 지원사업 ▶수원의 숙(宿) 장학관 운영 ▶수원청년 마을사랑방 운영을, 즐거움 분야에서는 ▶수원 청년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경기도청 주변 도시재생사업 청년특구 조성 ▶청년이 참여하는 소통과 협치 등이다.

# 수원형 청년정책 코어공간 ‘청바지’

팔달구 교동 아주타워 내에 위치한 ‘청년바람지대(일명 청바지)’는 수원시 청년정책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2016년 6월 30일 개관한 청년바람지대는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세미나실, 모여모여실, 힘내룸, 코워킹룸, 청년지원센터 사무실 등 수원지역 청년들의 활발한 소통과 교류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수원형 청년정책의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IT기업에 취업한 이종민(24)씨는 청년바람지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면접 정장 대여 서비스인 ‘청나래’ 혜택을 받아 당당히 취업의 문을 뚫었다. 이 씨는 "지난 3일부터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며 "다른 취업 준비 청년들도 청나래 정장을 빌려 입고 ‘대박’나길 바란다"고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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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형 청년정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
수원에 거주하는 만 19~34세 이하 취업 준비 청년에게 면접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청나래 사업은 시가 올해부터 시작한 청년지원사업이다. 지난달 16일부터 청년바람지대 1층에 ‘청나래 면접 정장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는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며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는 취업 준비 청년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심사를 거쳐 선발된 청년들에게 충전된 교통카드(30만 원 상당)를 지원하는 ‘청카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사무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 준비 청년들에게 청년바람지대의 공간을 무상 임대해 주고 있다. 입주 공간은 청년바람지대 내 코워킹룸(66㎡)으로 6개 팀(개인·단체)이 들어가 있다.

 수원 청년들을 위한 열린 커뮤니티 ‘수원청년 네트워크’도 열리고 있다. 시는 25일 오후 7시 청년 네트워크 세 번째 만남을 갖는다. 이번 만남에서는 ‘취·중·진·담(취업보다 중요한 진로 이야기)’을 주제로 공모사업 중간공유회, 공모(共謀) 네트워킹, 오픈마이크 수청소, 네트워킹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현광 수원시 청년정책관은 "개관 이후 지금까지 1만7천 명이 넘는 청년이 이용한 청년바람지대는 수원 청년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청년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기보다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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