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을 털어라!’ 설마 싶었다.

23일 오전 1시 30분께 한국은행 인천본부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청원경찰들은 폐쇄회로(CC)TV를 보고 빠짝 긴장했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비친 A(23)씨가 철제 대문 틈을 계속 비집고 들어오려고 시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포복 자세를 취한 채 바닥과 철제 대문 바닥 사이 15㎝의 틈으로 계속해서 몸을 밀어 넣었다. 취객들이 늘 그렇듯 지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철제 대문 틈을 뚫고 기어코 국가보안시설인 한국은행으로 들어왔다. 한참 바닥을 기며 실랑이를 벌인 그의 옷은 흙과 먼지로 엉망이 됐다.

인천본부 청원경찰들은 신속히 초소 밖으로 나가 은행에 진입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인천중부경찰서 신흥지구대에 연락해 한밤의 침입자를 경찰에 인도했다. 신흥지구대는 A씨를 중부경찰서 형사과로 넘겼다.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상당히 취해 있었다. 그러나 그가 왜 한국은행 인천본부의 대문 밑을 기어들어 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