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명재상 법문공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그가 당대 유명한 역술가를 찾았다. 이 역술가는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용한 재주가 있어 집 대문에 들어서면 샛문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했다. 성공할 사람 같으면 정중하게 마중을 나와 맞이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문도 열어보지 않았다.

 법문공이 집 대문을 들어서는데 역술가는 문도 열어보지 않고 그냥 방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법문공이 역술가에게 물었다. "제가 재상이 될 수 있습니까?" 역술가는 당신은 그런 인물이 못되니 꿈을 접으라고 말한다. 법문공이 다시 역술가에게 묻는다. "그럼 의원은 될 수 있습니까?"

 역술가는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었다. 당시 의원이란 오늘날처럼 처우가 좋지 않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약 행상을 하는 직업이었다. 법문공이 답한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고자 합니다. 재상이 되어 기강을 바로잡고 백성을 떠받들면 좋겠지만 안 된다고 하니 나라를 돌며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고자 합니다."

 법문공의 대답에 큰 감동과 충격을 받은 역술가는 "대개 사람은 관상, 수상, 족상으로 보지만 심상이라는 것도 있소이다. 내가 큰 실수를 한 듯하오. 당신은 심상으로는 단연 재상감이오. 부디 힘써 이뤄보시오."

 이후 법문공은 훌륭한 재상이 되어 후세에 크게 이름을 떨쳤다.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급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표밭 다지기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저마다의 개성과 고뇌를 담은 다양한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을 자극한다. 때로는 경력을, 때로는 학력을, 때로는 인맥을, 또 때로는 성실을 앞세워 승리를 향한 분주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불가 용어에 ‘시절인연’이란 말이 있다. 모든 인연에는 오고가는 시기가 있다는 뜻이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고, 만나지 못할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한다. 곧 총알보다 빠르고 강한 투표를 통해 시절인연을 맺게 되겠지만, 기왕이면 명석한 두뇌보다는, 뛰어난 언변보다는 시민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행동하고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심성의 사람과 인연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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