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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북한체제 보장론과 평화통일 원칙론

장순휘 청운대 교수/문화안보연구원 이사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8년 05월 24일 목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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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청운대 교수
우리 민족의 근대사는 한마디로 망국(亡國)의 일기(日記)였다. 일제의 침략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 박탈, 1910년 대한제국 국권찬탈로 이어지면서 식민지라는 치욕의 시대를 강제당했다. 그러나 그 일기의 행간(行間)을 살펴보면 일제의 무자비한 식민지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온 민족이 하나가 되어 간단없는 항일 무장투쟁을 했다는 것이다.

 항일독립운동은 1919년 미국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에 고무돼 2·8독립선언과 3·1만세운동으로 일어났다. 3·1운동 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4월 11일 공포된 첫 헌법인 대한민국 임시헌장 10조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통치한다는 것을 규정해 대한제국의 법통성을 승계하며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외교활동을 했다. 첫 성과로서 세계 제2차대전 중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중국 쟝제스가 만난 카이로회담(1943년 11월)에서 "현재 한국민이 노예 상태 아래 놓여있음을 유의해 앞으로 적절한 절차(in due course)에 따라 한국에 자유와 독립시킬 것을 결의한다"라고 조건부 보장을 받았다.

 그후 미국 루스벨트, 영국 처칠, 소련 스탈린이 만난 얄타회담(1945년 2월)에서 "자유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과 합치되는 책임 있는 정부를 수립한다는 합의"를 통해 독립국가의 정부수립 절차를 인정받았다. 미국 트루먼, 영국 처칠, 중국 쟝제스가 참석한 포츠담회담(1945년 7월)에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권고함과 동시에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카이로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공식선언을 재확인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외교적 노력 성과였다.

 현재의 남북 분단은 그 비극의 단초가 바로 연합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미국의 안일한 오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즉각적인 독립보다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를 구상했다. 카이로회담 이후 소련 스탈린을 테헤란으로 초치해 신탁통치안을 제안했고, 스탈린이 잠정적으로 동조했다는 것이다. 특히 ‘얄타밀약’에서 미국은 소련의 대일 참전의 대가로 극동지역 소련 옛 영토와 권리를 회복시키기로 했으며, 한국의 신탁통치를 미국과 소련이 비밀리에 합의해 한반도 분단의 단초가 된 것이다.

 1945년 8월 10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제의하자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군사적인 관점에서 북위 38도선 이북에는 소련군이, 이남에는 미군이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항복을 접수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38도선은 당시 러스크 대령과 번스틸 대령이 한반도 내 미군 점령지역을 너무 많지 않도록 하고, 수도 서울은 미군 점령지역으로 하는 것으로 소련의 저의를 모른 채 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련의 스탈린 속셈에는 38도선을 ‘남진정책(南進政策)’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전략적 전진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의 없이 수용하는 듯한 기만전술로 미국을 속인 것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한반도 공산화 전략전술에 기만당한 귀책론(歸責論)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남북 분단은 소련의 의도된 야욕임에 틀림없더라도 미국은 소련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국민의 운명이 좌우되는 정책에 대한 사려 깊은 결정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18일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 "북한의 경우에는 김정은이 자신의 국가에 있고 이를 통치할 것"이라고 ‘체제보장론’에 관해 직접 언급했다. 이러한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불합리한 오류와 왜곡이 내재된 제2의 얄타회담을 하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외교적 대응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우선 북한의 체제보장은 평화적 통일에 관한 헌법적 가치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목표와 가치가 평화통일에 있다는 원칙론을 모르는 미국 트럼프가 할 수 있는 실수인 것이다. 헌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주의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헌법 제66조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해 북한과는 특수관계로서 통일의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제3자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또 나서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운운한다면 평화적 통일이라는 대한민국 헌법적 원칙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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