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길이 막 번지기 시작한 ‘오토배너호’ 11층 내부(왼쪽)와 화재로 완전히 훼손된 운반선 내부 전경.  <독자 및 인천소방본부 제공>
▲ 불길이 막 번지기 시작한 ‘오토배너호’ 11층 내부(왼쪽)와 화재로 완전히 훼손된 운반선 내부 전경. <독자 및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항 내항 1부두에 정박 중이던 ‘오토배너호(5만2천422t급)’에서 발생한 화재가 발생 3일째 마무리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난제들이 산더미다.

화재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을 떠나 불을 끄기 위해 끌어다가 쓴 오염된 바닷물 정화 처리부터 불에 타 폐기물로 변해 버린 1천여 대의 자동차 처리까지 어느 하나 녹록하지 않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인천 중부소방서는 이날 오전 ‘오토배너 선박 화재 5차 언론 브리핑’에서 "불을 끄기 위해 방수했던 물이 차면서 배가 3도 정도 기울어져 안전을 위해 강판 8곳을 뚫어 물을 빼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11∼13층에는 1천400여 대의 중고차가 실려 있었다. 중고차들이 불에 타면서 배출한 각종 오염물질이 소방수와 뒤섞여 선박 인근 앞바다에 흘러 들었다.


화재 첫날 해경은 선박 주위에 일찌감치 오일 펜스를 쳤다. 때문에 오염물질들이 인천 앞바다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제거가 시급하다.

자동차는 강(鋼), 주철, 동(銅), 아연(亞鉛), 알루미늄 등 금속부터 고무와 유리, 플라스틱, 접착제, 섬유 등 각종 비금속재료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자동차가 불에 타면 비소·벤젠·수은·아연·카드뮴·다이옥신 등 각종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특히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 약 1만 배 더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1급 발암물질이다.

또 오염물질로 뒤범벅된 채 불에 탄 배 안에 있는 자동차를 누가 처리할지도 미지수다. 뼈대만 남은 차들을 폐기물 처리업체가 떠맡을 리가 만무하다. 주택가가 인접한 부두 앞이라 꺼내 놓을 수도 없고 받아줄 곳도 없는 처지다. 여기에 불이 완전히 꺼져도 화재 원인 규명에는 최대 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이날 오후 인천항만공사 대회의실에서 화재와 관련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소방당국은 감식기간이 30일이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인 규명은 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화재 진압 선언’ 후부터 시작된다. 원인이 규명되더라도 보상 주체와 보상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인근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배종진 기자 jongjb@kihoilbo.co.kr

김덕현 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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