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을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해 비핵화 조치의 첫걸음을 선제적으로 내디딤에 따라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 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궈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 실험장 폐기를 진행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오전 11시께 남한을 비롯해 미국·중국·영국·러시아 등 5개국 취재진이 풍계리 현장에 도착한 직후 폭파하는 행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풍계리 지역은 맑은 날씨로 밤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소나기가 올 것으로 예고돼 25일까지 폐기행사를 하기에는 최적의 상황이었다.

북한은 핵 실험장 갱도뿐 아니라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발표한 대로 지상의 관측설비와 연구소, 경비건물 등을 폭파 방식으로 철거함으로써 시설을 완전히 폐기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지켜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핵 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조치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된 첫 번째 조치"라며 "이번 조치가 추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는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등 모두 6번에 걸쳐 핵 실험이 치러졌다.

풍계리는 해발 2천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학무산·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이뤄져 핵 실험 이후 발생하는 각종 방사성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아 핵 실험의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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